10월 마리아주
오징어 만큼 활용도 높은 식재료도 흔치 않다. 회, 무침, 볶음, 전, 튀김, 찜, 국, 탕 뿐 아니라 건조, 반건조, 게다가 젓갈까지… 그야말로 어디에나 어울리고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사회성 좋은 친구 같다. 그런데 말입니다! 못생긴 사람 놀리는 대명사가 되다니!! 내겐 너무나 예쁜 오징어인데 말입니다!!! 최근 드라마 <오징어개임> 열풍으로 오징어 매출도 급상승 중이라던데 살이 통통하게 오른 10월 제철 오징어를 놓치지 말자.
1. 오징어말이 + 무침
오징어 몸통은 야채말이를 하고 지느러미, 머리, 다리는 무침으로 활용하면 한 마리로도 근사한 요리가 된다. 레시피도 간단하다.
껍질 벗긴 오징어 몸통에 칼집을 내고 끓는 물에 데친다. 칼집은 깊을수록 모양이 예쁘게 잡히는데 (1/3정도가 좋다고 한다) 나는 쫄보인 터라 ㅠ 데치는 시간은 1분을 넘기지 말자. 거기에 취향대로 속재료를 넣고 동그랗게 말면 끝!! 나는 깻잎을 깔고 체다치즈와 게맛살, 오이를 얹고 다시 깻잎으로 덮었다.
여기서 Tip은 모양이 잡히도록 랩으로 감싸고 냉장고에 넣어두면 썰기 편하다. 속재료에 따라 초고추장, 양념간장, 와사비마요 등을 곁들인다.
오징어 식감과 채소의 산뜻함이 산도 높은 샤르도네 또는 피노 그라지오와 잘 어울린다.
오징어 무침은 초절임 무우나 미나리, 도라지, 오이 등과 무치는데 이번에는 충무김밥용 오징어 양념 (고춧가루와 액젓 1:1 비율, 마늘, 설탕 적당량)으로 버무렸다. 참기름은 넣지 않아도 된다.
2. 해산물 빠에야
요즘은 빠에야 시즈닝이 나와있어서 샤프란 없이도 빠에야 만들기가 가능하다. 그것도 없다면 색감을 위해 카레가루를 조금 넣어도 된다. 그보다 맛을 좌우하는 건 육수와 쌀인데 내가 스페인보다 한국에서 빠에야를 더 맛있게 먹은 이유이기도 하다.
먼저 넓은 팬에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르고 마늘, 양파, 토마토를 볶다가 새우를 튀기듯 익힌다. 채소와 새우를 건진 후 불린 쌀을 볶는다. 쌀이 어느 정도 투명해지면 조개육수를 자박하게 붓고 한소끔 끓인다. (조개육수가 없다면 치킨스톡도 괜찮다) 샤프란 우린 물이나 빠에야 시즈닝 풀은 물을 더하고 소금 또는 액젓으로 간을 맞춘다. 그 위에 건져놓은 채소와 새우, 홍합, 오징어 등을 얹고 중약불로 15분 정도 끓인다. 마지막으로 레몬과 파프리카 파우더를 뿌리고 파슬리나 쪽파 등으로 장식한다.
나는 해산물과 어울리는 딜을 올려봤는데 청량한 향미가 이국적인 맛을 냈다. 개인적으로 통마늘과 토마토를 듬뿍 넣는 것과 누룽지가 생기도록 조리하는 것, 그리고 스페인 카바를 곁들이는 것도 추천한다.
3. 오징어 통구이
이도 저도 귀찮다면 통구이는 어떨까?
오징어 껍질을 벗길 필요도 없이 몸통에 가위집만 낸 다음 버터에 굽는다. 중간에 데리야끼 소스를 붓고 1분 가량 졸인다. 접시에 오징어를 담고 팬에 남은 소스와 올리브유를 뿌려준다. 끝!!! 저 동그란 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위다!
소스에 따라 어울리는 와인이 달라지는데 단짠의 조합이 과일 풍미를 지닌 로제 와인과 잘 맞았다.
그 자체로 모양과 맛이 훌륭한 오징어!
반찬에서 안주까지…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