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윤종신
계절은 또 이렇게 너를 데려와
어느새 난 그때 그 길을 걷다가
내 발걸음에 리듬이 실리고
너의 목소리 들려
추억 속에 멜로디 저 하늘 위로
우리 동네 하늘에 오늘 영화는
몇 해 전 너와 나의 이별 이야기
또 바뀌어 버린 계절이 내게 준 이 밤
동네 한 바퀴만 걷다 올게요
우리나라에 뇌출혈 경험을 가진
물리치료사가 몇 명이나 있을까?
초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건 나에게만 주어진
엄청나고도 소중한(?) 기회다.
무슨 일이든지 간에
모든 일이 일어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나에게 뇌출혈이 온 것도
어떤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4년이 다 돼 가니까 사람이 미쳐가는구나.
참...말도 안 되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렇다. 나는 찐 AB형이다.
와이프도 AB형이라 같이 놀면 너무 재밌다.
AB형끼리 만나면 난리 난다.
난 MBTI보다
혈액형이나 별자리, 탄생석이 익숙하다.
그렇다. 난 암모나이트다.
2022년 여름, 광주 호남권역 재활병원에
계시던 한 작업치료 여자 선생님께서
MZ세대가 무슨 약자로 이루어진 줄 아냐고
내게 물으신 적이 있었다.
MG인 줄 알고
MG새마을금고?
라고 했다가 같이 엄청 웃었다.
무궁무진. MG!
(MZ세대라는 말을 실제로 그때 처음 들어봤다)
이왕 벌어진 일
요즘엔 그냥 받아들이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계속 왔다리갔다리 한다.
받아들였다가, 부정했다가.
이러다 진짜 돌아버리는 건 아닌지.
그냥 요즘은
‘버티자’ 마인드다.
그래.
내가 이기나 네가 이기나 해 보자.
내가 좋아하는 워렌 ‘존버핏’ 형님도 그랬다.
무조건 버티라고.
그래.
주식도 버티고,
뇌출혈도 버틴다.
존버핏 형님, 저 힘들어요.
힘을 주세요 ㅠㅠ
뇌출혈 발병 이후
나는 더 강해졌고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사소한 건
그냥 웃어넘길 줄 알게 됐다.
이제 내가 못 해낼 건 없다.
“나, 뇌출혈도 이겨낸 남자야!”
누구한테 말하는 거임? ;;
아픈 뒤로 운동을 실컷 못 하고
걷지도 못 했더니
고지혈증, 당뇨병도 생겼다.
원래 삼시 세끼 넘치게 먹는 걸 좋아했고
야식도 즐겼었다.
하지만 그때도 저런 병은 없었다.
적게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소에 많이 활동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몸으로 직접 느꼈다.
아! 군인 시절에
새벽에 경계근무를 철수하고 나서
앞뜰에 난 잔디를 뽑아서 넣은
잔디라면을 다 먹은 뒤에
항상 국물에 밥까지 말아 먹고 잤었다.
(가혹 행위)
그때부터 야식 먹는 게 습관이 됐었다.
(핑계)
근데 아픈 뒤로는
밥 한 공기를 다 먹은 적이 거의 없다.
딱 반 공기 정도만 먹는다.
내 소울푸드인 간짜장도 거의 안 먹었다.
특히 저녁밥은
안 먹거나, 진짜 조금만 먹었다.
먹으면 2시간 정도는
절대로 눕지 않았다.
원래 역류성 식도염과 후두염을 달고 살았었고
코골이에, 눈 흰자는 실핏줄을 달고 살았었는데
지난 4년간 싹 다 나았다.
과식과 야식이 원인이었나 보다.
후두염 때문에 목도 자주 쉬었었는데...
좋게 생각하면 그렇다는 거다.
그냥 저거 다시 가져올 테니
뇌출혈 가져가 ㅠㅠ
그리고 에너지 소비가 많지 않으니
많이 먹을 필요도 없었다.
몸이 가벼워지고 더 좋았다.
돈은 필요 없다. 건강이 최고다.
아니, 돈은 이왕이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양옆을 보면 복시가 심한 탓에
(특히 왼쪽)
앞을 멍하니 바라보는 게 습관이 됐다.
멍때리기 대회에 나가면
대상은 무리고
장려상 정도는 받을 수 있을텐데.
아픈 뒤로
혼자 생각할 시간이 엄청 많았다.
가족들하고 놀러 갔던 것
지금껏 살면서 후회되는 것
앞으로 어떻게 될지
내가 뭘 잘했는지
뭘 잘 못했는지 등등.
대학 때 나와 가깝게 지내던 김 교수님.
아프기 전에 한 번 찾아뵐 걸...
그게 후회가 참 많이 된다.
결혼식 때 축가도 불러 드렸었는데...
벌써 졸업한 지 16년이 지났네요.
다 낫고 나면 제주도로 가서 새로 시작할까 하고
언젠가 제주도 집 시세에 대해 알아보다가
어떤 집을 발견했다.
“1950년 준공. 매매가 11억”
세상에...
6.25사변 때 지은 초가집이
11억이라니...
집주인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귀신이 적어도 세 명 이상은 돼 보였다.
귀문이 트이질 않았는데도 보이는 듯했다.
갑자기, 없던 애향심이 마구마구 솟아났다.
내 동네가 이렇게 아름답게 보이다니...
'그래, 살면서 차분히 생각해도 늦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