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사의 뇌출혈 회복 연대기 25

《알 수 없는 인생》 이문세

by 캐롯킴

언제쯤 사랑을 다 알까요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
얼마나 살아봐야 알까요 정말 그런 날이 올까요
시간을 되돌릴 순 없나요
조금만 늦춰줄 순 없나요
눈부신 그 시절
나의 지난날이 그리워요



2023. 4. 26에 작성한 글.


과학과 의학이 지금보다 더 발달돼서
킹스맨처럼 사람들 머리에 칩을 심을 수 있다면
그걸 빼내어 내 머리에 잠깐동안만 심어가지고

환자가 느끼고 있는 고통을
잠깐만 느꼈다가 다시 빼내 주면

내가 느끼고 있는 증상들에 대해서
선생님께 설명 안 해도 되고

얼마나 편하고 좋을까?


예전에 일했을 때

런 엉뚱한 상상을 종종 하고는 했었다.


목 디스크, 좌골신경통, 족저근막염 등
수많은 근골격계 통증을 경험했을 때마다
아프기도 했지만 동시에 어떤 느낌인지 알게 돼서
너무 기쁘기도 했었다.


‘아… 이런 느낌이었구나.’


그중 으뜸은 목 디스크 돌출로 인한 팔 저림이었다.
이건 너무 고통스러워서 참기 힘들더라.


뇌출혈 후유증들도

어떤 느낌인지 충분히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물러갔으면 좋겠다.


다른 건 일주일이면 많이 나았었는데
이게 지금 몇 달째니...(지금은 4년이 넘었다)



통증보다 더 두려운 건
주변 사람들이 내 모습에 점점 적응해 가는 거다.


시끄러운 곳과 어두운 곳, 냄새 나는 곳을
처음 갔을 때만 힘들고 곧 적응하듯이
내 증상들이 남들한테 점점 적응돼 가는 게

더 두렵다.
나는 아직 적응이 안 됐는데.


가끔씩 아프기 전 건강했을 때 사진을 보면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게 행복해야 되는데

왜 슬픈 걸까?
‘웃프다’는 표현이 딱 맞다.


사진을 보면 그때 아이들이

내게 했었던 말까지 전부 다 기억난다.


우리 가족은 그땐 걱정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보면 다운돼서 안 되겠다.
이제 적당히 봐야겠다.



요즘 낫기 위해서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책은 눈이 아프고 어지러워서 잘 못 보고
인터넷과 유튜브를 전부 다 뒤지고 있다.


찾으면서 느낀 건데
우리나라에 똑똑한 사람들 참 많다.
공짜로 보기 미안할 정도의 고급 정보가
인터넷에 너무나도 많이 나와 있었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봤는데
나와 비슷한 증상을 가진 여자분이

운영 중인 채널을 보고 진짜 많이 놀랐다.


말도 안 될 정도의 슈퍼 긍정.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나는 말을 하는 것도 참 좋아하지만
16가지 MBTI를 가진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과 대화하며
그 사람의 생각을 듣는 행위를 더 좋아한다.
듣는다는 건 참 재미있는 행위이다.



39년 동안 AB형 = 싸이코라는

얘기만 들으면서 살았는데
이렇게 정확한 성격 유형 분석법이 나오다니.


혈액형이나 별자리, 탄생석을 통한 분석법보다는
100배 더 낫다.
AB형보다 INFJ가 훨씬 보기 좋다.


나는 정통 I다.
예전에는 소심하고 아싸라고도 불리던 I.


근데 요즘은 I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아서 좋다.


예전에는 E가 되고 싶어서 (아싸가 되기 싫어서)
억지로 반장, 과대, 학회장, 동아리 회장을

다 했었다.
하다 보니까 조금씩 바뀌긴 바뀌더라.


하지만 나는 사람들 눈도 제대로 못 쳐다보는
어쩔 수 없는 정통 I 다.
원래 성격은 잘 안 변하는 것 같다.


성격은 I 그대로인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회적으로 조금 E 로 변한 것 같다.


I도 나름 장점이 많다.
진지하고 세심하고 차분하다.


상대방의 얘기를 들을 때
공감해 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해결책까지 제시해 준다면 더 좋겠지.


나는 오래전부터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었다.
어렸을 때는 말을 많이 하다가

실수도 많이 했었지만
지금은 그 비율이 많이 줄었다.


아는 얘기가 나왔을 때
말을 아낄 줄 아는 사람은 너무 멋지다.
상대방의 생각은 어떤지 조용히 들어 보는 거다.


뻔한 얘기지만
나는 술보다 술자리의 분위기가 더 좋다.



언젠가 술에 잔뜩 취해서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수송동 올리브영에 들어간 뒤에

여자들 사이로 걸어가
세상 큰 목소리로 직원분께 이렇게 외쳤었다


“세상에서 제일 핫한 핫핑크색

신상 립스틱 하나만 주세요!”


대충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 다른 건 하나도 안 창피한데
그건 어찌나 창피하던지.
사자마자 도망쳐 나온 기억이.


거기 있던 여자분들 모두 빵 터졌었다.


지금은 하나도 안 창피해하고 사다 줄 수 있는데
정말 아쉽다.



그때 립스틱을 사면서 처음 알았다.
하늘 아래 같은 핑크색은 없다는 것을.
내가 봤을 때는 다 같은 핑크인데
이름이 전부 다 달랐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재미없는 삶이 된다.
나한테는 재미있는 일이 유난히 많이 일어났었다.
물론 힘든 일도 많았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인생이 더 재미있게 흘러갔었다.


할까 말까 고민이 될 때
위험한 게 아니라면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안 그러면 꼭 후회하고
그렇게 되면 또 ‘껄무새’가 돼 버린다.


친구 목소리가 듣고 싶으면
미루지 말고 그 즉시 바로 전화해서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했어.”라고 하면
그걸 듣는 사람은 정말 기분이 좋을 것이다.


퇴근하고 집까지 걸어가는 1시간 동안
가끔씩 친구들과 통화하던 것은
내 삶의 큰 낙이었다.



소주를 먹고 취해서 걸어간다는 건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참에 소주는 끊고
무알코올 맥주나 조금씩 마셔야겠다.


20대까지만 해도
피자를 한 판씩 먹고 그랬는데
이젠 그렇게 못 한다.


이런 시기가 언젠가는 올 줄 알았는데 벌써 오다니.



본인이 사무직에 종사하고 있다면
걷기도 자주 해줘야 하고
멕켄지 운동을 챙겨서 해줘야만 한다.


사무직 종사자가 운동을 아예 안 한다는 건
시한폭탄을 안고 일하는 것과 같다.
윗몸일으키기 같은 건 허리에 쥐약이다.
잘못하다가는 허리 디스크 터진다.


알았지 친구들아~~


안 좋은 허리 상태를

원래의 건강한 상태로 복구하려면
적어도 5배가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예전에 책에서 보고 깜짝 놀랐다.


만약, 5시간 동안 앉아서 일했다면
적어도 25시간동안 걷는 운동이나

허리 신전 운동을 해 줘야

안 좋아진 허리 디스크가

원상 복구 된다는 것이다.


솔직히 이렇게 해주기는 힘드니까
앉아서 일하는 중간중간에 수시로 일어나서
허리를 뒤로 젖혀 주자.



어제 왼쪽 어깨 전방이 너무 아파서
초음파로 어깨 안에 있는 구조물을 검사해 봤다.


1년동안 참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초음파 검사를 해 봤다.


치료사로 일하던 시절에
환자분이 호소하는 통증이 대충 어떤 느낌이겠구나
맨날 지레짐작으로 상상만 하다가
직접 아파보니까
어디가 원인이겠구나 하고 대충은 알겠더라.



광주에 입원해 있었던 때인
2022년 여름에 있었던 일이다.


내 양쪽 어깨뼈가 밑으로 빠진 걸 보고
과장님이 양쪽 어깨에 하네스를 차라고 했는데
차기 싫다고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본능에서 우러나온 행동이 아니었나 싶다.
그 당시에는 섬망이 있었을 때였으니까.


어깨의 관절 가동 범위가 안 나오면서
밑으로 빠진 것은
삼각근과 극상근을 안 써 줌과 동시에
어깨를 안 쓰기 시작하니까
얘네들이 위팔뼈를 못 잡아 주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럴 때 나는 정말 고집쟁이다.
고쳐야지.
내가 항상 다 맞는 건 아니다.


그리고 하이워커에 팔꿈치를 기댄 채로

걷는 운동을 하는 도중에
내 체중에 밀려서 내 위팔뼈가

알아서 밀려 올라가 줄 거라고 판단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살아보려는 본능에 의한 무의식적 의지가
순간적으로 발동한 게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은 다행히
양쪽 어깨 모두 다 괜찮다.
내 판단이 맞았다.

다행이다.


그때 만약 하네스를 찼었더라면
근육이 더 약화됐었을 거다.
그럼 밑으로 더 빠졌겠지.


아는 게 힘이다.


아마 그때 나는
그 병원에서 블랙리스트가 아니었을까?



앞을 볼 땐 좀 나은데
양옆을 보면 복시가 심하다.


정확히는 한쪽 눈을 가리면 괜찮은

양안 복시다.


이렇게 보인다.
이거 진짜 무섭다.


윙크를 하면 한 개로 보인다.


저번에 내가 윙크한 채로 보니까
누가 장난으로 나한테
끼부리지 말라고 해서 엄청 웃었는데.


이것도 무서운데
눈이 아예 안 보이면 얼마나 무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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