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야》 임창정
참 오랜만이란 말로 웃으며 인사 하는 너
처음 널 만날 때처럼
내 가슴이 철없이 또 뛰어
꼭 행복하라는 말로 울면서 보내줬는데
그 말이 무색할 만큼
23. 4. 26 에 작성한 글.
오늘은 2022년 2월에 아프고 나서 처음으로
휠체어를 탄 채로 내려서
바다를 보러 간 날이었다.
캬~ 이렇게 따뜻한 날씨에 어디를 안 가면
그건 봄 날씨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그동안 차에 탄채로
드라이브는 몇 번 했었지만
차 밖으로 내려서 휠체어를 타고 밖을 구경한 건
1년 2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한 2주일 전부터
차에 탈 때 혼자 타는 걸 연습하고 있다.
무섭지만 자꾸 혼자 해 봐야지.
차에 타서 내가 좋아하고 아프기 전에 자주 듣던
봄 날씨에 딱 어울리는 윤상 노래를 들었다.
몸도 마음도 따뜻해졌다.
해망동 수산시장 옆에 있는
한가한 곳에 주차를 했다.
아무도 없어서 너무 좋았다.
매년 겨울이면 해망동 수산시장에서
탱탱한 굴 한 망을 만 원 조금 넘게 주고 사 와서
가족끼리 집에서 쪄 먹었었다.
초장에 찍어서 배 터지게 실컷 먹었었다.
오랜만이네 여기.
반가운 갈색 톤의 군산 뻘바다.
음~~ 이 갈매기 스멜~~
역시 바다는 군산 뻘바다가
색깔도 탁하고 예뻐.
어김없이 오늘도 거북목을 자랑하는 나.
바다가 앞에 있어서 더 그랬나?
거의 거북이인 줄.
바다로 들어갈 뻔.
코끝을 스치는 봄바람이
차가우면서도 따뜻했다(?).
조용히 떠드는 것과
천천히 빨리 가는 느낌이랄까?
이게 뭔 소리?ㅋ
1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내려서
직접 세상을 마주하니
우리 둘 다 기분이 좋아서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었다.
오랜만에 찐으로 웃음이 나왔다.
차에 타서도 내 기분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예전에는 보고 싶을 때마다
쉽게 봤었던 집 앞 바다인데
이게 이렇게나 소중하게 느껴질 줄이야.
오랜만에 느껴보는 일탈감이었다.
그러고 보니 작년 7월까지만 해도
움직이지 않던 오른손 때문에
문자도 못 썼었는데
바다도 보고 블로그도 쓰고 문자도 쓰고
나 참 많이 좋아졌다.
집에 가서 아이들을 보니 너무너무 좋았다.
여기까지 오는데 1년 2개월 걸렸구나.
아이들은 태어날 때
부모를 선택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은
아이들을 끝까지 책임질 의무가 있다.
우리 아이들이 나를 독립할 때까지
이 아빠가 어떻게 해서든지
끝까지 책임질 거니까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거 다 했으면 좋겠다.
잘 키워서 큰 그릇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시키고 싶다.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종이컵으로는 조금의 비밖에 담을 수 없는 법이다.
종이컵이 아닌 큰 세수대야로 키우는 게
내 목표다.
지금 당장은 내가 직접 키울 수가 없으니까
심적으로 안정감을 줌과 동시에
재정적인 지원을 아낌없이 해 주려고 한다.
돈을 많이 벌어서 말이다.
인생에서 오는 수많은 기회들을 놓치지 않게
옆에서 계속 같이해 줄 거다.
우리 아이들의 눈동자를 보면
반짝반짝 빛이 난다.
억만금의 보석보다 더 소중하다.
나도 어렸을 때 그랬을까?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겠지.
선을 지키면서 하는 적당한 장난은
불편하고 어색한 방어막을 허물어뜨려서
서로 간에 원만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끔
물꼬를 터 준다.
그 대신 둘 다 기분이 좋을 때만 눈치껏 해야 한다.
나는 눈치 없이 와이프한테 허구한 날 장난을 치는
실수를 범한다.
미안해~~ 여보.
나는 우리 아이들보다 더 장난꾸러기이다.
나는 장난이 너무 재밌다.
우리 아이들도 만만치 않다.
나 혼자 재밌어하는 때도 많다.
100km도 안 탄
새것 같은 내 휠체어를 타고 갈 때도
악 지르면서 지그재그로 가기도 하고
한 번씩은 뒤로 가기도 한다.
(지금은 안 그런다. 철들었나 봄)
물론 아무도 없을 때만.
특히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는 너무 재밌다.
그나저나 내 휠체어를 새 차로 뽑았을 때
하부 코팅을 안 한 상태로 출고한 탓에
지금 하부가 조금씩 부식되고 있다.
후방 카메라도 없어서 좁은 곳으로
후방 주차를 하는 것도 너무 어렵다.
그렇다.
내 휠체어는 아무것도 없는 깡통 휠체어다.
감가가 커서 중고 가격도 방어가 잘 안 된다.
나중에 걷게 되면
고3 때 수능 본 뒤에 책걸이를 했듯이
계단에서 밀어버려야지ㅋ
몽땅 부숴버려야지.
(4년이 지난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그동안 얘랑 서울, 대전, 광주, 나주, 군산의 수많은 곳들을 같이 가서 그런지
정이 많이 들었다.
다 낫더라도 버리지 않고 그대로 놔둘 거임)
요즘에는 기분이 자주 오락가락했었다.
심리학 용어 중에 흰곰 효과라고 있다.
흰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그때부터 오히려 흰곰이 계속 생각난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라고
자꾸 생각하니까
부정적인 생각이 더 드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즐거운 생각만 하려고 최대한 노력 중이다.
그래야 힘이 더 난다.
자려고 누우면 방 안의 적막감을 뚫고
날카로운 양쪽 귀의 소리인 이명이 나를 괴롭힌다.
재밌는 걸 하거나 수다를 떨 때는 잘 모르다가
고요해지면 시계 초침 소리처럼
더 크게 들려온다.
이명이 안 들리게 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크게 들린다.
그땐 차라리 다른 생각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며칠 동안 반가운 봄비가 내렸다.
차에 타서 천장에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빗소리가 듣고 싶다.
내가 아는 지식을 총동원해서
이놈의 병원을 최대한 빨리 벗어나야겠다.
그렇게 오래 살진 않았지만
지금이 내 인생 최대의 고비인 건
자명한 사실이다.
이걸 이겨내고 나면 못 할 게 없을 것 같다.
아이들한테 다음 주도 힘내자고 했더니
딸이 나한테 이렇게 말했다.
우리 그냥 힘 안 내고 그냥 살면 안 되냐고.
그래.. 너희들까지 힘내면서 살 필요는 없지.
듣고 보니 맞는 말이더라.
짜식 참 멋진 소리 하네.
아빤 최선을 다해서 운동을 열심히 할 테니
너희들은 대충 살면서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제발!
아빤 너희들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