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사의 뇌출혈 회복 연대기 28

《달콤한 나의 도시》 8 Eight

by 캐롯킴

나를 깨우는 아침 햇살들과

내게 다가올 많은 일들을

나 기대해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가고

내 처진 어깨가 너무 힘들어 보인다 해도

난 어리지도 또 철없지도 내 생각뿐이어도


but in my thought

나만 모르는건지

하나 둘씩 쌓여 있나봐

이 곳에


23. 4. 18 에 작성한 글.



오늘 같은 층에 입원해 계시던 이모들이

대거 퇴원하셨다.


나보다 늦게 오셨는데 나보다 먼저 가시다니...
시끌시끌하던 복도가 쥐죽은듯이 고요해졌다.
나이는 내가 훨씬 더 어리지만
선임인 나보다 먼저 전역하시다니.. 부럽ㅠㅠ


이 생활은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감이 없다.


아직도 밖을 보다 보면 예전처럼 뛰어나가서
내 스쿠터를 타고 집으로 퇴근한 뒤에
와이프가 차려준 밥을 먹으며
우리 가족과 단란하게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침대 밑을 한 번에 폴짝 뛰어내려 가서
씩씩하게 걸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며칠 전에는 기분이 너무 가라앉았다.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대학교 친구들한테

위로 좀 해 달라는 목적을 담은 전화를
20년 만에 처음으로 했다.


그러고는 이 병원에 온 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주차장에 나가서 햇볕을 쬐었다.
역시 우울감엔 햇볕을 쬐는 게 최고지.


너무 눈이 부셔서 해를 등지고

휠체어에 앉아있었다.


문자를 보낸 지 1분도 안 돼서
친구들에게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이냐며,
많이 힘드냐고 바로 말해 주는 친구들.


꽤 울컥했지만 눈물을 겨우 꾹 참았다.


근데 바로 전화해 준 건 정말 고마웠는데
한 친구와 전화를 끊자마자
다른 친구한테 바로 전화가 오는 바람에
나는 20여 분간 햇볕에 노출돼서 타 죽을 뻔했다.


“야.. 위로는 고마운데 나 지금 더워 죽겠다야.”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랑
다르다는 말이 딱 맞았다.


전화를 끊고 나서 그늘로 다시 들어왔더니
너무 시원해서 살 것 같았다.


이게 바로 태양의 힘인가?


역시 우울감엔

태양이 최고다라는 걸 몸소 체험했다.


볕을 쬐어서 기분이 좋아진 건지,
그늘에 와서 좋아진 건지,
친구들 전화 덕분에 좋아진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기분이 좋아져서

그날은 운동을 열심히 했다.
어쨌든 바로 전화해 준 친구들아 고맙다!


전화를 하고 있는데

5m쯤 옆에서 휠체어를 탄 한 이모가

담배 연기를 폐 깊숙이 맛있게 빠는 걸 보았다.

그분은 뇌경색 환자였다.


담배 끊기가 그렇게 어렵나... 좀 끊으시지.


담배를 끊고 나서는
담배 피는 사람 옆에만 가도
재떨이 썩은 냄새가 난다.
진짜 싫다.



몇 개의 혈액검사 수치가 조금 안 좋게 나와서
한 달 동안 하루 견과도 꾸준히 먹고
브로콜리, 다시마 같이 몸에 좋은 음식들도
다 챙겨 먹었는데
이번 달 결과가 큰 변화가 없어서
조금 실망했다.


역시 땀 흘리면서 하는 운동만이 답인 건가.



열심히 안 하는 환자를 치료하는 건
치료사를 정말 힘 빠지게 만드는 행위다.


치료사가 생각하기엔

이대로 꾸준히 하기만 하면 나을 것 같은데
알려 준 대로 하지도 않고
시킨 대로 했는데도 왜 안 낫냐고
찡찡대는 분들도 꽤나 많다.


혹시나 나중에 실패하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실패하는 게
조금이라도 덜 억울할 것 같다.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내가 스타크래프트를 하면서
엄청나게 빠른 손놀림을 보여 주면
게임을 좋아하는 우리 아들이 깜짝 놀랄 텐데.


아이들은 내가 게임을 싫어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민속놀이로 전락해 버린
스타크래프트 경력이 무려 25년이다.
14살 때부터 37살까지 했으니까 말이다.


맨날 게임만 하고 있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 주면
혹시나 아이들이 보고 배울까 봐

일부러 안 한것 뿐이다.


스타크래프트, 포트리스, 카트라이더,

써든어택, 크레이지 아케이드 같은

게임들을 무척이나 좋아했었고 많이 했었다.


원래 나는 중학생 때부터 스타를 해 왔었고
학생 때는 스타를 하느라 밤을 샌 적도 많았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포기해야만 한다.
우리 아이들이 이 사실을 배웠으면 한다.


예전에는 높이뛰기 선수랑 정구 선수도 했었고
100미터는 12초대에 주파할 정도로
나름 운동 신경이 좋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었는데
와.. 걸을 때는 이 모든 게 아무 소용이 없어진다.
어떻게 이런 느낌이 들까 싶다.
진짜 매콤하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하는
‘지구마불 세계여행’을 재밌게 보고 있다.
오잉? 김태호 PD님 여기 계셨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무한도전의 오랜 골수 팬인 나는
김태호 PD님의 행방이

그동안 너무 궁금하던 터였다.


전국 팔도 16가지의 MBTI 인간들을 거의 다
만족시킨 무한도전.
그 얼마나 대단한가.


감동, 재미, 슬픔, 교훈을 다 잡은 무한도전은
정말 대단한 레전드 예능임이 틀림없다.


사람들은 글에 이것들이 담겨 있지 않으면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남에게 잘 할애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글을 쓸 때
저 네 가지를 모두 담으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이게 뭐라고?ㅋ)


그리고 정확한 띄어쓰기와 맞춤법으로
가독성을 최대한 높이려고 항상 노력한다.


그래서 그런 건지
내가 쓴 글 중에서 전공지식에 관한 글보다
뇌출혈 극복기가 조회 수가 압도적으로 높다.

(블로그에서)


이거 어그로성 제목을 써야 하나?



근데 나는 무슨 할 말이 이렇게 많은지
벌써 30개나 써 가네.
50개도 쓸 수 있을 것만 같다.

(블로그에 164개나 써놓은 상태)


내 소중한 시간을
유튜브 영상이나 보면서 보내기 싫은가 보다.


솔직히 제목은 극복기인데

내용은 내 일기장 수준이다.

이거를 쓰다 보면

글들을 하나하나 쌓아 가는 재미가 은근히 있다.


그냥 읽고 싶은 분들만 읽으시면 된다.
솔직히 이 시리즈 쓰는 거는 내 만족이다.
글 쓰는 걸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다.


마지막으로
따뜻한 플레이스테이션 위에서
고무젤리 발바닥을 지지며
혼자 벽 보고 반성하고 있는 우리 냥이 사진 투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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