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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엄버 Apr 04. 2023

소주에 대한 상념

어렸을 때 처음 접한술이 소주였다.

초등학생 시절 친구집에 놀러 갔을 때

친구네 집 냉장고에  데꾸리 사이즈가 있었다.

소주는 조금씩 마시면 친구 아버지가 모르겠지 하며

물 잔으로 한 반잔정도 호기심으로 친구 셋과 함께

나누어 마신 것이 처음의  경험이다.

나는 그 맛이 너무 써서 다 마시지 못하고

물을 타서 다 마신 척을 했었다.


술을 한 번도 마셔본 적 없던 초등학생들은

그대로 만취해 문방구에 가서 술주정을 하다가

결국 부모님들께 들키게 된다.

상대적으로 술을 적게 마신 나는

친구들을 말렸지만 수적으로 열세여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소주.

강력했던 첫 경험과 달리 40십대 중반이 되어버린 지금은 소주와  친구가 되어 버렸다.

아무 맛도 없다고 하지만 무슨 보드카도 아니고

주정을 물로 희석시킨 화학주로 알려진 소주는

과거에는 사카린을 썼다고 한다.

지금은 아스파탐과 설탕등 다량의 물질을 넣는다.

소주의 역함을 중화시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한국인의 쏘울 메이트가 된 지 60년이 되어가는

서민들의 위로이자 애환이 담겨있는

한국인들이라면 모든 한식과 메리드가 가능한

술이라면 단연 소주 아니겠는가?


비 오는 날에는 파전에

회식이 있는 날에는  삼겹살과 함께

회가 당기는 날에는 회와 함께

뜨끈한 국물이 당기는 날에도

솔직히 뭘 같다가 부쳐도 소주는 정답에 가깝다.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발전과 맞물려

성장해 온 문화와 소주의 상관관계는 분명 있어 보인다.


어찌 보면 소주는 우리의 국민성과도 닮아 보인다.

어디다 갔다 놔도 잘 사는 민족.

성격은 불확실하지만 막상 매칭해 놓으면

잘 어울리는.


현재 케이팝과 케이 드라마도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과

소주와 우리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 때문에

가능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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