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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엄버 Sep 11. 2022

41화. 중국집.

41화. 중국집.

41화. 중국집. 



 중국집 주방은 오전이 무척 바쁘다.

 출근을 하면 나는 일단, 어제저녁 장사를 하고 들어 온 그릇을 설거지해야 한다. 그 사이 부주방장은 면에 쓸 밀가루를 반죽한다. 22 킬로그램 짜리 밀가루를 반죽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였다. 부주방장은 체구가 작은 편이었지만 익숙한지 그 큰 밀가루 반죽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었다. 면이 잘 불지 않게 하 기 위해 면 짱이라고 하는 첨가제를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설거지를 다 마친 나는 양파 대자 한 망을 까야한다. 중국요리에 양파가 많이 들어가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이 필요한지는 미처 몰랐다. 

 반죽을 마친 부주방장은 끓고 있는 육수를 활용해 짬뽕 국물을 만든다. 중국집에서 쓰는 육수는 닭 뼈와 양파와 무를 넣고 계속해서 끓여 만든다. 중국집에서 만드는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육수다. 나는 그 사이 홍합을 한 망 다듬어 놓았다. 그리고 거대한 소쿠리에 양파, 배추, 양배추, 당근, 주키니 호박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 넣은 다음 중식 도로 계속해서 채를 친다. 30분 남짓 중식 도로 칼질을 하다 보면 작은 크기로 거의 모든 재료가 썰어지는데 이렇게 잘게 썰린 야채는 짜장에 들어갈 재료들이다. 짜장을 만들 때가 되어서야 주방장님 즉 사장님이 주방에 입장하신다.

 중국요리의 꽃이라면 단연 짜장면일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할 것 없이 새로운 중국집에 가게 되면 대부분 짜장면을 시켜 먹을 것이다. 그렇다. 짜장면은 중국집의 얼굴과 다름없는 메뉴이다. 

 돼지기름을 한참을 먹였다는 중국식 펜인 웍에 기름을 두른 후 고기를 먼저 볶는다.

어느 정도 고기가 익고 나면 야채를 같이 볶는데 웍을 다루며 야채를 볶는 모습을 보는데 역시 전문가가 다르긴 다르다. 야채의 숨이 죽을 정도까지 볶다가 미리 기름에 한 번 끓인 짜장 소스를 넣는다. 이 기름에 볶은 짜장을 볶음 짜장이라 한다. 적당히 끓었다 싶을 때 물 전분을 넣고 마법의 가루를 넣는다. 이때 물 전분이라고 하는 것은 감자전분을 물에 개어 놓은 것을 말한다. 웍에 한가득 만들어진 짜장 소스는 50인분 정도라고 한다. 이 과정을 서너 차례 반복을 해서 하루 팔 정도의 짜장 소스를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약한 불에 중탕으로 계속 뜨겁게 적당한 온도를 유지한다.

 그때쯤 되면 배달원들이 전단지를 돌리며 찾아온 그릇들이 주방으로 들어온다. 다시 돌아온 설거지 타임이다. 중국집에서 쓰는 식기들은 소다로 코팅이 되어 있어서 별 다른 세제를 쓰지 않아도 기름때가 잘 닦인다.

 중국집으로 다시 돌아온 그릇을 보면 깨끗하게 설거지를 해서 그릇을 내놓는 집도 있고 꽁꽁 싸매서 내놓는 집. 귤껍질이며 같이 먹고 버리기 애매한 쓰레기까지 같이 보내는 경우. 별의별 그릇들이 다 들어오는데 그 그릇들을 보면 손님들의 격을 느낄 수가 있다. 그런 와중에 가장 안타까운 상황은 그릇을 설거지해서 내놓는 경우다. 나름 좋은 의도로 했을 것인데 그렇게 설거지를 한 그릇들은 다른 그릇들과 섞여 들어오는 과정에서 다시 오염이 된다. 즉, 손님들이 직접 설거지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다시 다른 그릇들과 섞이는 과정에서 다시 음식물이 묻기 때문인데 참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 설거지가 끝나고 나면 가볍게 식사를 한다. 모든 직원들이 함께 모이는 첫 시간이다. 대부분 다른 직원들이 짜장면을 먹길래 나도 짜장면을 먹기 시작했다. 이곳에 짜장면은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먹어본 짜장면 중에 가장 맛있었다. 고기와 야채를 잘게 썰어 먹기 좋게 만드는 짜장을 유니 짜장이라고 하는데 이곳의 짜장이 그 짜장이다.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우리 경륜장에서 파는 짜장은 비할 바가 아니었다. 역시 5성급 주방장이 다르긴 다른가 보다.

 중국집은 11시 반부터 배달을 시작한다. 그전에 전화가 오는 경우도 있지만 이른 시간에는 배달을 하지 않는다. 왜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 시간이 되었을 때 비로소 스텐바이가 되어서라고 생각됐다.

 바쁜 날이면 ‘라면’이라고 불리는 알바를 쓰는데 그 알바의 일당은 10만 원이었다. 중국집 부주방장보다 일당으로 보면 더 받는 셈인데 주로 하는 일은 주방장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주방장들은 본인이 할 요리의 재료를 가지러 냉장고로 갔다가 재료를 사려 와야 하는데 동선이 길어지면서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그것을 ‘라면’이라고 불리는 알바가 필요한 재료를 작은 소쿠리에 담아 주방장에게 전달해주며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그러면 주방장은 불 앞에서 조리만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간은 엄청 절약이 된다. ‘라면’ 알바는 부주방장에 준하는 실력을 갖춘 사람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재료와 타이밍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사장님은 주로 웍 앞에서 모든 요리들을 커버하고 부주방장은 탕수육이나 군만두 같은 튀김요리와 면을 삶아 내는 짜장과 짬뽕 같은 식사들을 커버한다. 그 무렵, 나는 오징어를 손질한다. 냉동으로 들어오는 오징어는 한 번 들어올 때 2박스씩 들어오는데 한 번 손질할 때 두 박스를 다 한다.

 보통 우리가 머리라고 부르는 부분을 갈라 내장을 빼고 중간에 있는 투명한 뼈를 제거한다. 그리고 다리 윗부분 진짜 머리를 갈라 눈과 입을 제거 한다. 그리고 짬뽕에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자른다. 이렇게 손질한 오징어는 한데 모아 냉장으로 보관을 하다가 쓰는 것이다. 

 중국집은 11시 반부터 3시 반까지가 가장 피크 타임이다. 안양의 거의 모든 지역에 전단지를 뿌리다 보니 정말 먼 곳에서도 주문이 들어오는데 그런 경우에는 일회용 용기에 담아 보낸다. 다시 가지러 가는 것 자체가 손해라는 계산인 것이다. 중국집은 전화번호를 세 개나 쓰고 있었는데 사장님의 홍보의 철학은 맛이 있으면 결국 다시 시켜먹는다는 것이었다. 위치와 상관없이 주문이 들어와도 만드는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모두 커버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사장님의 자신감은 피크 타임에 빛을 발하는데 일당백이었다. 손이 거의 안 보인다고 해야 할 정도로 빠르고 정확했다. 


 배달원들은 나보다 한 명 빼고 다 어렸다. 막내가 갓 20살이었다. 나도 그 나이 때는 그랬지만 녀석은 여차하면 출근을 하지 않았다. 다들 경험들이 있어서 그러려니 했지만 바쁜 날이면 원성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바빠도 나에게 까지 배달은 시키진 않았다. 

 일손이 달릴 때면 부주방장이 배달하기도 했는데 모두들 그를 형님이라고 불렸다. 그래서 나도 형님이라고 불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배달원 중에 한 명의 손 아랫동서여서 그렇게 불리는 것이 모두 익숙해져서 생긴 일이었다.

 예전에 자신도 중국집 사장님이었다고 말하는 부주방장은 굉장히 순한 사람이었다. 말수가 적었고 얼굴은 잘생겼으며 체구는 작지만 단단했다. 매번 점심을 먹을 때마다 먹고 싶은 거 다 말하라고 했지만 나는 늘 다른 사람들처럼 짜장면만 먹었다.

 중국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짜장면을 먹을 때는 본인이 직접 면을 삶아 양에 맞는 그릇을 찾아 쓰는데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의 그릇은 점점 커져갔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짜장 보통 그릇에 먹다가 곱빼기 그릇으로 가더니 나중에는 짬뽕 곱빼기 그릇에 먹게 되었다. 그 정도로 이 중국집 짜장면은 맛이 좋았다.    

 예전에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을 때 짜장과 간 짜장의 차이를 정확하게 몰랐는데 여기서 일하면서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간 짜장은 미리 만들어 놓은 짜장에 양파와 고기를 더 넣어 센 불에 다시 볶아주는 것인데 아무래도 양파를 넣고 한 번 더 볶다 보니 감칠맛과 단맛이 더욱 강해진다. 삼선 짜장 같은 경우도 해삼과 오징어, 새우를 넣고 한 번 더 볶는 것이다. 세 가지 생선이라고 해서 삼선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삼선 짬뽕은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가 있는 대목이다. 

 피크 타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요리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간단하게 반주를 즐기려는 사람들 때문인데 술을 즐기려면 아무래도 요리메뉴가 있어야 해서일 게다. 라조기나 깐풍기는 닭으로 하는 요리들인데 라조기는 소주 안주로 좋고 깐풍기는 맥주 안주로 좋다고 하셨다. 라조기는 약간 매콤한 맛이라면 깐풍기는 새콤달콤한 맛이었다.

 사장님이 말하기를 닭을 다루는 실력을 보면 그 요리사의 경력과 실력을 살필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장님은 닭을 해체하는데 1분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았다. 살과 뼈를 완벽하게 발라내는데 뼈는 나중에 육수를 내기 위해 냉장고로 향해지고 살만 남은 닭은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잘라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다.

 튀김옷은 감자 전분과 고구마 전분을 1:1로 섞은 것과 계란과 약간의 물을 섞어서 만든 계란물로 만든다. 익혔을 때 부드러운 감자전분과 바삭한 고구마 전분을 섞어서 만든 튀김옷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튀겨낸 고기를 미리 만들어 놓은 소스에 살짝 볶기만 하면 요리는 끝이 난다.   

 바쁜 시간대에 손님이 양장피를 시키는 경우일 때 주방장들은 짜증을 낸다. 이유는 칼질을 많이 해야 해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집에서 배달을 하며 요리를 배우는 친구들이 당근을 써는 연습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당근은 채치기에도 다지기에도 쉽지 않은 식재료이기 때문이다. 얇게 썰다 보면 당근은 휘어지는데 써는 손과 잡는 손 다 요령을 익혀야 한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면 배달원들은 그릇을 찾으러 거의 대부분 나간다. 점심시간에 배달한 그릇을 찾으러 가는데 본인이 갔던 곳은 본인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간다.

 점심 피크 타임을 하얗게 불태운 사장님은 이제 당구를 치러 가신다. 요즘 당구에 빠져서 매일 같이 당구장에 가시는데 친척 형과 알게 된 것도 당구장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왜냐하면 당구장 사장님이 친척 형이었기 때문이다. 구력을 올리기 위해서 매일 같이 연습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는 이유로 바쁜 시간만 지나면 나가시기 일쑤였는데 매일매일 반복이 되다 보니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어떻게 보면 나를 갑자기 뽑게 된 원인도 사장님의 당구장 출입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 좋은 부주방장도 불만을 내보이는 것으로 보아 개선의 여지가 필요해 보였다.            

 주방장님의 외출은 저녁 피크타임이 되면 끝이 난다. 저녁 피크타임이 되면 어떻게 알고 귀신같이 나타나 메뉴를 소화한다. 저녁시간 같은 경우는 요리가 많아 주방장님이 꼭 필요하다. 중국집 사장까지 해봤다는 부주방장은 주방장님의 실력과 속도에 비하면 아직 많이 부족해 보였다. 이 정도 시간이 되면 나는 허리가 끊어질 것같이 아팠다. 키가 커서 다리를 많이 벌리고 설거지를 해야 했는데 그 양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주방에 있는 모든 그릇들이 하루에 한 번 씩은 다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름 시스템을 잘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잘 돌아가는 것이지 누구 하나 안 나오거나 문제가 생기면 바로 다른 사람들에게 무리가 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루 매출이 150만 원을 넘기는 날이면 사장님을 곧바로 회식을 시켜 주신다. 오늘 하루 고생 많았다는 취하의 의미와 하루 종일 각자의 위치에만 있었기 때문에 대화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 여기서 일을 배워서 중국집을 할 요량으로 일을 배우면서 하고 있었는데 부 주방장을 포함해 가정이 있는 친구들이 셋이었고 막내 빼고는 여자 친구와 동거를 하는 친구들이 둘이었다. 나도 주현이와 생활을 하고 있던 터라 뭐 입장들이 모두 비슷했다. 모두가 돈을 많이 벌기 위함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일하는 운명 공동체였다. 회식 자리는 짧고 굵게 하고 끝난다. 내일도 일찍 일어나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모두들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았다. 

 이렇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주현이가 나를 반긴다. 

 “ 아 짜장면 냄새. 너무 좋다.”

 하루 종일 주방에서 일을 하다 보니 옷에 냄새가 밴 모양이다. 

 “ 그래? 나는 안 나는데.”

 “ 아니야. 엄청난 냄새가 나고 있어.”

 “ 저녁은 먹었어?”

 “ 먹었지. 근데 냄새 맡으니까 또 배가 고프네.”

 “ 시간이 늦어서 시장은 문을 닫았을 테고. 오 마이 치킨 먹을까?”

 “ 그래. 저녁 먹고 온 거 아니야?”

 “ 먹긴 먹었는데. 많이 먹지는 않았어.”

 회식 메뉴로 감자탕을 먹었는데 나는 밖에서 술을 마시면 안주를 거의 먹지 않는 습관이 있다. 화실에서 가난하게 그림을 그리던 시절에 생긴 습관인데 지금도 그렇다. 

 “ 더 늦기 전에 나가서 사 오자.”

 “ 일이 힘들지는 않아?” 

 “ 며칠 해보니까 이제 적응됐어.”

 “ 중국집 주장방하고 말을 하다 보니까 알게 됐는데 집에서 중국요리 아예 안 하고 본인들도 시켜 먹는데.”

 “ 희한하네. 본인 직업이니까 당연히 할 거 같은데.”  

 “ 일단, 집에 웍이 있어도 화력이 안돼서 해봐야 맛이 없다던데.” 

 “ 아. 그렇구나. 중국요리는 화력이 중요하구나.” 

 “ 집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화력일 거야.” 

 “ 시간 늦었으니까 빨리 가보자.”

 걸음을 재촉해서 가보니 아직 문을 닫지 않았다. 닭을 한 마리 튀겨 가지고 들어오는 길에 막걸리를 한 병 사 가지고 들어왔다. 오늘의 피로는 이것으로 풀고 내일도 힘을 내야겠다.  

  중국집 주방일은 생각보다 고됐다. 처음에 3주만 일하기로 하고  갔었는데 사장님의 부탁으로 하루를 더 해주게 됐다.

 일하는 중에 배달원 중에 한 녀석이 갑자기 기절을 하는 증상을 보여 걱정을 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알고 보니 백혈병이었다. 나보다도 세 살 어린 친구였는데 안타까운 일이었다. 아파트 계단에서 쓰러져 있는 것을 친구인 다른 배달원이 발견을 해서 병원에 데리고 가보고 받은 진단이었다.

 대부분 중국집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보면 열악한 환경인 경우가 많았는데 이 친구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다가 갑자기 기절을 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는 문제 여서 내가 사람을 구하는 기간 동안 일을 더 도와주게 된 것이었다. 다행히 사람을 빨리 구할 수 있어서 하루만 더 일을 하면 됐었다.

 3 주 정도 어깨너머로 일을 배우다 보니 간단한 것들은 내가 할 수 있게 되었고 ‘라면’이 하는 일 정도도 내가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어디를 가나 관찰을 잘하는 편이고 곧잘 흉내도 잘 내는 편이다. 관찰을 잘하다 보니 따라 하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면을 삶고 소스를 붓고 탕수육 소스에 들어가는 야채를 잡아서 주방장에게 주고 시간이 갈수록 일은 몸에 익어가고 있었다.

 사장님은 내가 한 달을 채우고 한 달 치 월급을 받고 나가길 바라셨지만 나는 돌아가야 할 곳이 있었다. 경륜장의 재 개장이 코앞에 다가온 것이었다. 중국집 주방에서의 경험은 나중에 내가 요리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듯싶었다. 

 가끔 매출은 많이 나왔는데 밖에 나가서 외식하기 싫은 경우에 사장님이 특급으로 해주시는 요리가 있었는데 그 요리는 바로 잡탕이었다. 중국집에서 맛볼 수 있는 국물요리 중에 으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중식에서 취급하는 모든 재료가 다 들어가다 보니 잡탕이라는 이름이 붙어진 거 같았는데 짬뽕 국물보다 깊은 맛을 내는 잡탕은 소주를 부르는 맛이었다. 워낙 솜씨가 좋으셔서 그런지 몰라도 나가서 사 먹는 것보다 맛이 좋았다.

 나의 중국집 알바는 잡탕을 마지막으로 대 단원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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