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화. 영업이란?

89화. 영업이란?

by 번트엄버

89화. 영업이란?


얼마 전부터 언론에서 남양유업이 우유 영업소에 갑 질을 한다는 보도가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영업소에서 신청을 하지 않은 물건들을 담당자가 마음대로 밀어내면서 폭언과 협박을 한 내용의 영상이 전파를 타고 방송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 그것이었다. 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관행처럼 이루어지던 일들이었는데 참다못한 영업소 소장이 폭로해 버리면서 사회적인 쟁점이 됐다. 그로 인해 남양제품을 불매하는 운동까지 벌어지기 시작했다. 반사 이익으로 우리의 매출은 상대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매출의 신장은 바로 영역 확장으로 이어졌다. 다른 지역의 매일 영업소를 인수하면서 직원도 하나 새로 뽑았다. 새로 뽑은 직원은 나보다 다섯 살이 어린 친구였는데 애가 셋이었다. 원래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수산회 도매업을 했었는데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매출이 급격하게 줄면서 폐업을 하며 직업을 바꾸게 된 것이었다.

새로 입사한 직원은 첫 달 한 달은 나와 동승하며 일을 배웠다. 영업일을 해봤던 친구라 반죽이 좋아 곧잘 일에 적응했다. 새로운 직원이 오면서 지역을 다시 나눠서 일을 해야 했다. 당시 시흥은 입주를 하는 세대들이 많아서 새로운 시장이 조성되고 있었다. 신천동 일대에 입주가 많아 대형 마트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기 시작하고 있었다. 대형마트는 일이 많아 새로 온 직원이 신천동 일대를 맡고 타 지역은 내가 맡기로 그렇게 영역을 정하게 됐다.

새로운 거래처들 중에는 대형 마트가 많았다. 대형 마트 중에는 대기업에서 하는 마트들도 있었다. 아직 유 제품 기업에 모든 물류에 들어가지 않아 우리 제품을 필요로 했지만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아무리 막으려 해도 대기업의 골목 상권 진출을 막을 도리는 없어 보였다. 대형 거래처가 늘어나면 전반적인 매출은 신장이 되지만 마진율은 낮아진다. 자칫 물량을 잘못 조절하면 손해가 날 수도 있어서 기민하게 관리를 해야 한다. 새로 뽑은 직원이 앞으로 담당할 신천동 일대가 그랬다. 큰 마트들이 앞다투어 개장을 하고 커피숍도 새로 생겨나고 있었다. 커피를 제대로 배운 사람이라면 매일우유만 쓴다. 업계에서 알려진 사실이다. 거품이 잘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 무렵, 매일에서도 두유를 출시하면서 어마어마한 물량을 밀어내고 있었다.

오랜 시간 두유시장을 점유해온 업체의 시장을 뺏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격으로 후려치는 수밖에 없다. 대형 매장뿐만 아니라 작은 슈퍼까지 거의 반 가격으로 행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소비지들은 싼 거를 좋아했다. 그렇게 두유까지 잘 팔리게 되고 나는 한 시름을 덜 수 있었다.

새로운 영업소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까다로운 마트가 하나 생겼다. 새로운 마트에 입점을 하면 사장님이 직접 와서 단가와 수량 정도를 점장 또는 팀장과 상의를 하고 물건을 세팅을 하는데 이곳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텃세를 너무 심하게 부리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마트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원래 마트를 하던 사람들이 아니고 마트 사장이 돈을 빌린 대부업체 사람들이었다. 돈을 갚지 못하자 마트 사장을 고소해서 감방에 보내고 본인들이 직접 마트를 운영하는 것이었다.

조폭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다 보니 갑을 관계에서 갑 질을 하며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었다. 사장님한테 회식을 할 때 들은 얘기인데 룸 싸롱 접대까지 요구했다고 했다. 사장님은 수틀리면 물건 빼고 거래 끊을 테니까 나더러 기죽지 말라고 하셨다.

며칠 후 이 문제의 마트에서 두유를 확인하며 수량 체크를 하고 있었다. 그때 정 식품 사장님이 내 옆에 와서 말을 걸었다.

“ 요즘 매일 때문에 힘들어 죽겠어.”

혀를 차시며 말을 걸어오시는데 오며 가며 얼굴만 본 분이었다.

“ 무슨 말씀이세요? 매일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는 말이?”

대체로 마트에서는 같은 카테고리에 있는 물건들을 같은 공간에 진열을 한다. 우리 두유 제품 옆으로 다른 업체 두유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 가격을 그렇게 깎아서 팔면 우리 제품은 뭐가 돼? 그리고 가격도 어느 정도 여야지 비현실적인 가격이잖아.”

정 식품 제품보다 만원이나 싸게 제품을 팔고 있으니 정 식품 제품을 완전히 선호하는 소비자가 아닌 이상 사람들은 우리 제품을 사게 되어 가격 경쟁에서 밀린 정 식품 사장님은 매출에 치명타를 입으신 것이다.

“ 저희도 어쩔 수가 없어요. 본사에서 제품을 밀어내면서 싸게 라도 팔라고 하는데 배겨 낼 수가 없어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했다. 우리가 살려면 타사 제품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무조건 우리 제품을 팔아야 했다.

“ 사장님도 본사에 건의하세요. 매일 때문에 제품 안 나가니 싸게 달라고.”

솔직한 진심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치킨 게임이 되겠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라고는 그 정도였다. 무한 경쟁 시대에 내가 살아남으려면 더하면 더했지 예전과 똑같이 해서는 안 된다.

“ 우리 본사는 그렇게 안 줄걸. 매일이 적당히 좀 해줘.”

아까보다는 목소리의 힘이 좀 빠지신 정 식품 사장님이다. 이 분과는 불행하게도 동선이 거의 같았다. 그렇다 보니 참다 참다 말씀하신 것 같았다. 나는 당시 큰 마트에는 선물세트 제품을 깔고 작은 슈퍼에는 1리터짜리 두유를 천 원에 팔 수 있게 깔고 있었다.

“ 우리도 계속 행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사장님도 본사에 항의하세요. 마트 전단에 실려야 물건이 나가잖아요. 행사는 하셔야 해요.”

침울해하는 정 식품 사장님을 뒤로하고 물건을 챙기러 나왔다. 내 차 뒤쪽으로 정 식품 사장님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제품을 잔뜩 실려 있는 차를 보았다. 괜스레 미안해졌다. 반품으로 나온 쾌변을 사장님 운전석 앞쪽에 놔드렸다.

‘ 사장님 죽이려고 이렇게 하는 거 아닙니다. 저희도 살아야 해서 이렇게 하는 거 에요.’

그렇게 나는 속으로 대뇌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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