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화. 간병과 쿠키.

88화. 간병과 쿠키.

by 번트엄버

88화. 간병과 쿠키.


장인어른이 병원에 암으로 입원을 하시고 주현이와 장모님이 번갈아가면서 간병을 하면서 나의 일상에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이 나의 일상으로 파고 들어왔다. 주현이는 장모님과 하루씩 번갈아 가며 장인어른을 간병하게 됐다. 가족들은 이제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암 환자의 가족의 모습으로 점차 변해가고 있었다.

pet ct 촬영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의사는 대장에서 시작한 암은 장인어른의 간까지 침범했는데 그 진행속도가 빠르고 종양의 위치가 좋지 않아 수술은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서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담담 의사의 말이 었는데 어찌 듣기 좋은 말은 전혀 없었다. 담관이 막혀 황달이 왔는데 담관을 뚫어 주는 시술을 해야 한다고 했고 대장에 있는 종양 때문에 대변을 잘 보지 못하셔서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그때그때마다 관장을 해야 했다.

변을 잘 보지 못하시는 장인어른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유산균이 많이 함유되어있는 요구르트를 가져다 드리는 일이었다. 반품으로 나오는 요구르트들을 그날그날 주현이 편으로 보내 드렸다. 효과는 미미했지만 그래도 안 먹는 것보다는 효과가 난다고 장모님도 좋아하셨다. 그리고 속이 편치 않아 잘 드시지 못했는데 내가 가져다 드리는 요플레를 즐겨 드신다고 했다.

장인어른은 2인실에서 일주일 정도 계시고 나서야 6인실로 옮길 수 있었다.


우리는 장인어른의 입원 기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병원비라는 문제에 봉착을 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새로 나온 표적 치료라는 것을 했는데 청구되는 비용이 천문학적이었다. 몇 천만 원을 한 번에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더욱 뼈아픈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차도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절망에 빠져 있었을 때 천운이 따랐다. 운 좋게 그간 평촌의 집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전세가까지 많이 올라 4000만 원 더 올려 받을 수 있는 일이 생긴 것이 그것이다. 천만다행으로 병원비를 어디 손을 벌리지 않고 낼 수가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주현이가 병원에서 간병에 매달려 있을 때 나는 집에서 쿠키를 돌봐야 했다. 밥을 챙겨주고 배변활동을 잘할 수 있게 산책을 다녀야 했다.

하지만 녀석은 나와는 산책하기를 꺼려했다. 그래서 빌라 옥상으로 데려가 오줌과 똥을 싸게 해야 했다. 슈나우저인 쿠키는 다른 개들과는 많이 달랐다. 녀석이 어렸을 때부터 느낀 점이지만 성격이 정말 까칠한 녀석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훈육을 잘 받지 못해 배변 훈련 역시 잘 되어 있지 않았다. 전에 처갓집에 살 때에도 집안 아무 데나 오줌과 똥을 싸 대는 통에 그거 치우는 것도 일이었다. 이제 나와 지내야 하니 나로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아무 곳에나 용변을 보는 꼴을 나는 봐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나이가 어느 정도 든 녀석들은 배변 훈련이 쉽지 않다고 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다. 소변이 묻은 배변패드로 유인을 해서 소변을 보는지 관찰을 해봤는데 수컷인 녀석은 다리를 들고 소변을 보는 경우가 많아 실패했다.

다리를 들고 용변을 보는 녀석의 특징에 맞는 훈련이 필요했다. 다행히 우리 집이 꼭대기 층이어서 옥상의 접근이 용이했다. 그래서 나는 옥상을 적극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여기저기 오줌을 싸 놓을 때마다 혼을 내니 녀석은 용변이 급하면 낑낑 대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옥상에 녀석을 들고 올라가서 용변을 보게 유도했다. 칭찬과 간식 급여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녀석은 집에서 용변을 보는 빈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성공을 할 때마다 간식을 주며 훈련을 계속했다. 당근과 채찍을 활용한 훈련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꾸준한 배변훈련의 시간이 지나니 녀석은 더 이상 집안에서 오줌과 똥을 싸지 않았다. 그리고는 오줌이 마려우면 현관문을 긁는 행동을 하 기 시작했다. 급하니까 빨리 옥상으로 자기를 보내달라는 신호였다. 정확하게 훈련의 성과가 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린 일이었다. 문을 열어주면 녀석은 신이 나서 뛰어 올라갔다. 옥상 문도 열어 달라고 짖기까지 했다. 한 달 동안의 배변 훈련은 대 성공이었다. 녀석이 많이 혼나 나에게 기가 죽어있는 것 말고는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키와의 기막힌 동거는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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