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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엄버 Sep 15. 2022

60화. 붕붕이.

60화. 붕붕이.

60화. 붕붕이


며칠이 지났다. 갑자기 큰 매형에게 연락이 왔는데 본인이 타던 차를 가져가서 타지 않겠냐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매형은 얼마 전에 새 차를 구매했고 오래 타던 차는 버리기에도 팔기에도 애매해서 나에게 준다는 것이었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받아놓고 연습이라도 좀 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흔쾌히 받겠다고 말을 했다. 그렇게 큰 그림이 아니라면 청담동 갤러리에 그림을 실어 나르기도 괜찮은 차였다. 엑센트 헤치 백이었는데 뒤 트렁크가 창문까지 열리는 차여서 뒤 자석을 폴딩 하면 물건을 많이 실을 수 있는 모델이었다. 

 매형은 삼성에서 나온 차를 샀는데 연말 프로모션으로 60개월 무이자 여서 차를 구매했다고 했다. 집도 새것이 생겼는데 차도 새것을 산 것이다.

 매형이 나에게 준다는 차는 기어가 오토가 아닌 수동이었다.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기어 변속을 하다가 시동을 꺼 먹는 일이 잦았다. 그 불편한 차로 매번 명절 때면 긴 시간을 운전하고 다녔던 것을 생각해 보면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형은 명절이면 부모님이 계시는 대구와 형제들이 있는 부산을 오고 간다고 했다. 매형 차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클러치가 굉장히 예민했다. 자칫 잘못하면 시동이 꺼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차를 받은 다음에도 연수를 하면서 꾀나 고생을 했다. 괜히 받았나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나는 약간의 세금과 그렇게 많지 않은 보험금을 지불하고 자차를 소유한 사람이 되었다. 매형과 함께 운전 연수를 하면서 시동을 한 20번 정도 꺼 먹었는데 본인도 고생한 기억이 있어서 인지 신이나서 그렇게 크게 웃는 매형의 웃음소리는 처음 들었다. 


 청담동 갤러리에 그림을 싣고 다니는 것도 처음 차를 끌고 강남을 나갔을 때도 시동을 대 여섯 번 정도는 꺼먹었지만 그거 말고는 나름 괜찮았다. 그러다가 작은 사고가 하나 발생을 했다. 작업실 앞에서 차를 주차를 하는데 후진을 잘하던 차가 갑자기 시동이 꺼지는 것이 아닌가? 주행 중간중간에도 클러치를 잘 조작하지 못해 시동을 꺼 먹는 것이 일상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다시 시동을 켜고 미처 하지 못한 후진을 하려 하는데 계속 시동이 꺼졌다. 여러 번 반복을 하다가 이상하다 싶어 내려서 밖을 살폈다. 내려서 반대편 쪽으로 가보니 주차되어있던 버려진 화물차 뒷 부문에 내차 펜더 쪽이 끼어있는 것이 아닌가? 계속 후진을 시도하다가 보니 펜더가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시동을 너무 자주 꺼먹다 보니 일어난 참사였다. 어디에 걸렸을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상대 차가 버려진 차다 보니 배상을 해야 할 일은 없었지만 하필 내차는 자차 보험을 들지 않아 생각지도 못한 차 수리비가 나가게 생겨서 속이 상했다. 

 당장에 차량 운행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수리는 나중에 돈이 생기면 하기로 마음먹었다. 공모전이다 이사 비용이다 하루 벌어 하루 아니 한 달 벌어 한 달을 먹고사는 처지이다 보니 갑자기 생긴 사고를 당장에 해결할 수가 없었다. 


 청담동 갤러리는 온라인 갤러리 오픈에 한창이었다. 전에 부탁한 작품 사진들을 모두 이 메일을 통해 보내 주었는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일본 개인전을 했던 소품들 중에 여섯 점을 한 분이 사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 덕에 찌그러진 엑센트는 그림과 함께 강남을 향해 출발을 해야 했다. 일을 마치자마자 그림을 싣고 출발을 했다. 시간이 늦어지면 낭패를 볼 것 같아서 점심도 먹지 않고 길을 잘 모르니까 스마트 폰을 쓰고 있던 영길이 핸드폰을 네비로 삼아 영길이와 함께 강남을 향해 출발했다. 초행길 인 데다가 길을 헤매는 바람에 두 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다른 것보다 도착을 해서 보니 배가 너무 고팠다. 배가 너무 고팠던 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근처를 둘러보았다. 뭐 간단하게라도 먹을 것을 찾지 위해서였다. 멀지 않은 곳에 편의점이 하나 보였다. 들어가 보니 샌드위치가 딱 두 개 남아 있었다. 일단, 영길이에게 먼저 먹으라고 하고  나는 그림을 갤러리에 올려놓았다. 인사를 나눌만한 사람이 없어서 나도 급히 갤러리를 빠져나왔다. 나오고 나서 바로 출발을 해야 하다 보니 영길이가 운전하는 나에게 샌드위치를 먹여주는 일이 발생했다. 젠장. 나도 내손에 들고 샌드위치를 먹고 싶었지만 운전이 미숙한 나는 양손을 다 써야 운전을 할 수 있었기에 그리고 클러치도 너무 민감했기에 민망하지만 먹여주는 샌드위치를 아기 새 마냥 받아먹을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으로 판매가 된 작품은 5:5로 수익을 나누기로 사전에 이야기가 됐었다. 나에게 있어 의미 있는 일이었다. 돈도 필요했지만 소품을 더 열심히 제작을 해야 할 구실을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주로 대작이 많았던 내 작품들은 쉽게 팔 수 있는 크기나 가격이 아니었는데 소품들은 한 점 한 점 팔기에 가격이 적당했기 때문이다. 

 작품 판매대금 입금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리고 입금이 된 날 청담동 갤러리에서 전화가 왔다. 내년에 중국에서 열리는 경매와 아트페어에 내 작품을 출품하고 싶다는 내용과 이번에 베이징에 오픈하는 갤러리에 상시로 전시를 해놓을 그림을 선정해서 가지고 와달라는 것이었다. 꿈인가 싶었다. 경매에 아트페어까지 그것도 중국에서. 알겠다고 하며 작품을 떠들러 보니 작품이 많지가 않았다. 일단, 베이징에 오픈하는 갤러리에 상시로 전시를 할 그림만 가져다 주기로 했다. 안양으로 이사를 하고 나서부터 청담동 갈 일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았다. 

 그간 갤러리는 이사를 한 번 했다. 알고 보니 전에 건물은 대표님 본인이 직접 지은 건물이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판매가 된 모양이었다. 이사한 갤러리는 전시 공간이 더욱더 갤러리 같았다. 이관 기념 전시도 했는데 전시가 계속 이어지다 보니 작품을 옮기지 못하고 갤러리에 키핑을 해놓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일정들 때문에 작품을 계속 옮기는 일은 너무 소모적인 일이었다.  

 그렇게 일정들이 정해지면서 나는 내년 봄이 되기 전까지 꼼짝도 못 하고 그림만 그려야 하는 상황이 되어 있었다. 통장에 들어온 돈은 고스란히 작품을 하는데 들어갔다. 나는 나대로 주현이는 주현이 대로 열심히 작품을 하다가 보니 재료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가고 있었다. 계절은 겨울을 향해 가고 있었다. 

 계절이 겨울로 향하다 보니 역시 난방이 문제였다. 되는 대로 옷을 끼워 입고 덧신을 신고 장갑을 끼워도 추워서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잠을 자는 것이었다. 그해 겨울은 그 어느 때 겨울보다 추웠다. 장판을 틀어도 파카를 입고 자도 벌벌 떨면서 잠을 청해야 했다. 이건 아니다 싶을 때마다 다시 이사를 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졌다. 그렇다고 부모님 집에 가서 그때마다 잠을 자기도 싫었고 어떻게든 버텨내고 싶었다. 그러던 중 너무 추웠던 어느 날 강남 화실에서 산 온풍기 네 대를 찾아 틀었다. 따뜻한 바람이 나왔다. 그저 그 따뜻한 바람이 좋았다. 그렇게 며칠 따뜻하게 지낸 것이 다였는데 다음 달에 전기세 요금 폭탄을 맞아야 했다. 소비 전력이 3000와트가 넘는 것들을 4 개씩이나 몇 시간씩 틀다가 보니 가정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20만 원이 넘는 요금이 나오게 된 것이다. 한전에서도 이상했는지 한전 직원이 작업실을 방문해서 어떻게 된 건가 하고 직접 찾아와 물어 오기도 했었다. 추위를 버터 내는 것도 인내심도 임계점을 넘기고 있었다. 다음 겨울이 오기 전에 반드시 보일러가 들어오는 작업실을 얻겠노라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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