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광고조명.
74화. 광고조명
판 라이트를 다 설치를 하고 천까지 설치를 마쳤을 무렵, 카메라 팀과 그립 팀이 세트장에 도착했다. 오늘은 아트가 하는 일이 별로 없는지 아트 팀은 아트 실장만 나온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세팅이 끝났으니 아침을 먹고 하자고 어느덧 온 연출 감독이 제안을 했다.
밥차에서 먹는 아침식사는 대체로 가볍게 나온다. 맑은 국에 간단한 밑반찬들로 구성이 되어있는 경우가 대 부분이다. 그래서 인스턴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밥을 안 먹고 컵라면이나 토스트를 만들어 먹는 사람들도 있다.
세종이 촬영을 나온 경우 나는 세종이와 같이 밥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 보니 본의 아니게 연출 감독과 카메라 감독까지 같이 앉아서 밥을 먹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친구가 조명 감독이다 보니 생기는 일인데 사실 너무 어색하다. 나를 화가라고 소개를 해서 뭔가 모르게 다른 막내들과는 조금 다르게 보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는 더 부담스러웠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식사를 마치고 세종이와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 어때. 한 달 정도 해보니까 할만해? 힘들지?”
그래도 물류로 다져온 체력이 밑천이었는데 반년 넘게 쉬면서 그것도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다.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는 것은 어느 정도 당연한 일인데 그것보다 일의 진행 방식을 잘 모르는데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일을 하는 내내 답답했다.
“ 다른 것보다 일을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해서 그게 힘들지. 매번 잘하고 싶은데 잘 안되니까.”
아직 이름을 모르는 장비도 많았고 라이트가 켜지고 앞에 대는 왁구나 필터들의 용도, 고보는 왜 대는 것인지? 모르는 것들 천지였다.
“ 아직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현장 분위기나 잘 파악하고 선배들 쫓아다니다 보면 차차 알게 될 거야. 서두르지 마세요.”
세종이는 일을 시작한 지 6 개월 정도 됐을 때 위로 있던 형들이 다 나가면서 본인이 세컨드의 역할을 해야 했다고 했다. 그때 진짜 힘이 많이 들었다고 했는데 당시에 세종이 정도 경력이면 기사한테 직접 혼나는 일이 거의 생기지 않는데 맨날 일만 나가면 이유도 잘 모른 채 기사에게 혼이 났을 테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뭔지 모르게 조명 일은 군대의 기억을 소환시킨다. 시스템 문제인지. 아니면 우리나라 조직 사회가 원래 그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상명하복의 그 흔한 구조는 사람을 숨 막히게 한다.
욱이 형은 형 일만 나가면 나를 그렇게 쥐 잡듯 잡았다. 나는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던지 느긋하게 일을 하며 일을 파악한 후 적응해 나가는 편인데 이곳은 전쟁터나 다름없는 곳이었기에 처음부터 적응이 쉽지 않았다. 욱이 형 현장에서의 형은 마치 벽화 일할 때 나에게 그렇게 텃세를 부렸던 박 실장님 같은 악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잠시 식후의 달콤한 휴식시간이 끝났다.
오늘 찍기로 한 차는 이미 세트장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늘의 촬영 역시 콘티대로 촬영이 진행되어 나갔다. 모든 촬영은 거의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진행이 되는데 대체로 이렇다. 카메라가 찍을 자리를 잡으면 그립이 카메라 무빙에 맞게 레일을 깐다. 그리고 카메라 세팅에 들어간다. 그 뒤로 카메라 앵글이 나오면 그 앵글에 맞게 조명 세팅에 들어간다. 조명 장비의 세팅이 마지막에 진행이 되다 보니 급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그 사이 아트나 헤어, 코디같은 세팅도 진행된다.
“ 10 키로로 카메라 뒤쪽으로 가고 5 키로는 오른쪽으로 대도도 세팅해.”
아까 퍼스트에게 들은 말이 있어서 장비들을 촬영 스폿이 가까운 곳에 위치시켰었다.
텅스텐 조명은 hmi 조명과는 다르게 바리스타라는 장비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바리스타란 전류 안정장치를 말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국제 규격과 같은 60hz로 설정되어 있다.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깜박이거나 흔들리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장치이다.
스탠드와 조명 그리고 그 조명 장비를 연결하는 전선. 조명 앞에 빛을 걸려낼 왁구들을 챙겨서 같이 움직인다. 조명이 하나 켜질 때 적어도 두 명 이상이 움직여야 일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 주민이 형은 라이트 앞에 씌울 왁구 하고 필터 가지고 오세요.”
내가 왁구와 필터를 들고 오는 사이 조명은 켜졌다. 생각보다 밝은 빛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텅스텐 조명은 뜨거웠다.
“ 야. 10 키로 디피션 하프 ctb 쿼터 씌워.”
‘디피션은 알겠는데 ctb는 뭐지?’
일단, 모를 때는 물어보는 게 상책이지만 한꺼번에 라이트를 두 개를 켜야 하니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 물어볼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나마 바리스타가 없는 텅스텐 조명이라 머릿수가 부족하지는 않았다.
텅스텐 10 키로는 롤 다리라고 불리는 스탠드에 꽂는다. hmi로 치면 6 키로가 켤 때 주로 쓰는 스탠드다. 라이트를 올릴 때에는 손잡이로 돌리면서 조절할 수 있고 바퀴까지 달려 있어서 이동이 용의 하다.
“ 10 키로 다 켜졌으면 시보리 짜 봐.”
시보리라고 일본말인 거 같은데 라이트 안쪽에 있는 반사경을 움직이는 다이얼 장치를 뜻하는 말이다. 짜라는 말은 라이트가 켜지면 빛이 퍼지는 반경이 생기는데 그 반경을 최대한 작게 만들라는 말이다. 조명의 센터를 맞추기 위해서다. 조명을 많이 해본 사람들은 시보리를 짜지 않아도 센터를 잘 맞추지만 세종이는 센터가 맞지 않는 것을 어떻게 아는지 기가 막히게 알았다.
“ 시보리 짰습니다.”
“ 여기. 내 주먹에 맞춰 봐.”
일단 차량 외부를 찍는가 보다. 10 키로는 차량 앞쪽 보닛 쪽을 센터로 맞추었다.
“ 디피션 하프에 ctb 쿼터 씌워줘.”
디피션은 라이트를 광량의 투과를 방해해 부드럽게 색을 만들어 주는 장비다. 라이트가 큰 거에는 넉자를 주로 쓰는데 한자가 30 cm이니 120 cm 크기 정사각형이다. 헤드에 끼울 수 있게 되어 있어 스탠드에 헤드로 고정하면 된다.
“ 상희야. 아까부터 ctb라고 하는데 나는 오늘 처음 들어보는 단어다. 그게 뭐야?”
“ 그거 써드가 만들어오고 있으니까 형은 저기 5 키로 가서 도와주세요.”
퍼스트는 당장에 설명하기가 애매한지 나를 다른 곳으로 보냈다. 나는 주변을 살피다가 모래 주머니를 들고 가서 라이트랑 왁구를 세팅해 놓은 스탠드의 발 위에 모래주머니를 올려놓았다. 주로 막내가 하는 일이다. 그리고 선들이 정리되어있는 카트에 가서 쓸 만한 선들을 찾아 가까운 전기박스 주변에 가져다 놓았다.
“ 누가 대도 좀 세팅해라.”
대도 라이트는 1킬로 장비인데 새로 나온 hmi장비다. 새로 개발이 되어서 현장에서 많이 쓰는 장비라는 말을 들었다. 대도는 박스에 바리스타와 라이트가 동시에 들어가 있는데 아까 얘기를 듣고 스탠드에 고정을 미리 해놓은 상태였다.
“ 네!”
라고하며 대도를 미리 달아놓은 스탠드를 들고 이동하려고 하는데 세컨드이 와서 내가 들고 있던 스탠드를 들고뛴다.
“ 형은 선 끌어 주세요. 바리스타도요.”
그렇다. 막내는 어지간해선 조명장비를 만지면 안 된다. 비싼 장비 값도 장비값이지만 내가 해야 할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변 다른 자잘한 것들을 챙겨야 한다.
대도 라이트가 켜지고 나서야 슛에 들어갔다. 사람이 모델이 아닌 사물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제품을 선전하기 위해서 그 이미지에 맞는 모델이 나오곤 하는데 자동차의 경우는 다르다. 자동차 그 자체가 모델이기 때문인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