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빠아아앙.
77화. 빠아아앙.
“ 자! 오케이! 수고하셨습니다. 모두들!”
연출 감독의 오케이 사인과 촬영이 동시에 끝났음을 선언했다. 대체로 촬영 내내 힘들었을 때 연출 감독이 이런 식으로 관련 스텝들과 모델들을 독려해주면 상당한 위로가 된다. 그래 이제 장비 정리하고 집에 가자.
“ 저기 전 스텝들 여기 세팅된 고기들 가져가서 집에서 맛있게 드세요.”
갑자기 푸드팀 팀장이 소리쳤다. 그 많은 고기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궁금했었는데 오늘 고생한 스텝들의 입으로 향해질 줄이야.
각 팀 퍼스트들이 모여서 사이좋게 고기를 나누어 가지고 왔다. 고기 부위가 굉장히 다양했는데 두서없이 그냥 큰 비닐에 담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이따가 사무실 가서 다시 내가 나눠 줄게요.”
퍼스트 상희가 고기를 들어 올려 보여주며 해맑게 웃는다. 녀석도 촬영이 힘들었는지 핼쑥해 보인다.
장비를 정리하고 차에 오르니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여름이라 벌써부터 덥기 시작했다.
발전차에 올라 수다를 떨며 사무실로 이동했다. 운전하는 사람이 졸 수 있기 때문에 조수석에 앉은 사람도 잠을 자면 안 된다. 서로 단속을 하는 방법이 수다를 떠는 것 밖에 별 다른 수단이 없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어서 금방 사무실에 도착을 했다. 라이트 장비를 내리고 정리를 마친 후 상희가 고기를 다른 비닐봉지를 찾아와 나누어 담아 준다. 나름 공평하게 나누려고 꽤나 애를 쓰는 모습이 귀엽다. 솔로몬 수준은 아니지만 제법 공평하게 고기를 나누는 일은 성공적으로 보였다. 졸음은 쏟아졌지만 신선한 고기를 공수해서 집에 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모두들 발길이 바빠졌다. 해가 오르면서 기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흔한 아이스팩도 없는 사무실에서 고기를 집까지 옮기는 미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졸음이 쏟아져 눈꺼풀은 천 근 만 근 이었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저 에어컨이나 빵빵하게 틀고 집으로 향하는 수밖에 없었다.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나누고 바쁘게 집으로 출발을 했다. 국도를 빠르게 빠져나와 외곽순환고속도로로 향했다. 에어컨도 빵빵하게 틀고 음악 소리도 엄청 키웠다. 쏟아지는 잠을 쫓기 위해서다. 그렇게 30 분 남짓 운전을 하고 오는데 깜빡 졸음이 쏟아졌다. 뺨을 때리고 허벅지를 꼬집어도 쏟아지는 잠을 막을 수는 없었다. 천 근 만 근 이었던 눈꺼풀이 감기고 몸에 힘이 덧없이 빠질 무렵,
“ 빠~~~ 아~~~~~앙!!!!!!”
엄청난 소리의 크락숀 소리가 귓구멍에 박혔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보니 차량 왼쪽이 가드레일에 닿기 직전이었다. 내차가 이상하게 움직이는 것을 감지한 뒤에서 오던 차와 옆 차가 동시에 굉음을 내주는 덕분에 나는 사고 직전에 잠에서 깰 수 있었다. 진땀이 흘렀다. 결혼식을 열흘 남짓 앞두고 황천길에 갈 뻔한 것이 아닌가? 정신도 번쩍 들었다. 그렇게 나는 더 이상 졸음운전을 하지 않고 집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주현이는 아직 꿈나라였다. 나는 대충 씻고 일단 잠을 청했다. 이게 얼마 만에 안식인가 싶었다. 잠자리에 들기 위해 침대 위에 누우니 몸이 매트리스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잠에 바로 취해버렸다.
몇 시간이나 잤을까? 주현이가 밥을 차리는지 식사를 준비하는 소리와 냄새가 나의 잠들어있던 감각을 깨웠다. 주섬주섬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몸은 아직 잠이 다 안 깼는지 휘청 휘청 거린다.
“ 뭐해?”
목소리도 푹 잠겨 본래의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 된장찌개 끓이고 있었지? 언제 들어온 거야?”
주현이는 많이 반가웠는지 한 걸음에 달려와 나에게 안긴다. 오일 동안 나가서 일하는 동안 통화도 몇 번 제대로 하지 못 했다. 잘 챙겨 먹지 못했는지 원래도 가녀린 그녀가 더 작아진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 아침에 도착했지. 진짜 오랜만에 보는 거 같다. 냉장고에 있는 고기는 봤어?”
찌개를 끓이고 있는 것으로 봐서 냉장고를 한 번 훌 터 봤을 것이다.
“ 촬영장에서 가져온 거야?”
음식이나 맥주, 아이스크림까지 먹는 거 촬영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조금이라도 가지고 올만한 여지가 있었고 가지고 왔었다.
“ 어. 이번에 소고기자조금협회에서 선물세트 광고 찍었거든.”
사실 이런 광고에서까지 물건을 가지고 올 줄 은 사실 꿈에도 몰랐다.
“ 오랜만에 고기 원 없이 먹겠네.”
구이용이 대부분이었던 고기는 종류도 다양했다.
“ 영길이 불러서 오랜만에 고기 파티해야겠다.”
조명일 시작하면서 영길이와의 조우할 일이 많지 않았었다. 잡히는 스케줄은 나를 잠식해 들어왔었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기가 좀처럼 쉽지가 않았다.
“ 그럼 좋겠다. 며칠 있다가 영길이랑 선생님이랑 다 같이 포털아트 가자고 하지 않았어?”
“ 맞아. 그림도 싣고 가야 해서 차 두 대다 가야 할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