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아침 풍경.
82. 아침 풍경.
새벽 공기를 마시며 출근을 한다. 우리 집과 약 10 킬로 정도 거리를 둔 사무실은 한적한 시골 같은 곳에 사무실이 위치해 있었다. 사장님은 일층은 사무실로 2층은 가정집으로 건물을 임대해 쓰고 있었다. 물왕 저수지가 근처에 위치해 있어 식당들과 카페가 군데군데 있는 곳이다. 유원지 같은 느낌도 드는 곳이었다. 건물 앞에 텃밭과 비닐하우스가 있어서 계절별로 작게 농사도 지을 수도 있는 곳이었다.
한적한 길을 지나 사무실로 들어간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제 사장님이 받은 제품들이 차에 실을 수 있게 정리가 잘 되어있다. 작은 사무실은 공장으로 쓸 수 있게 층고가 높게 설계되어 있어서 제품을 쌓아 놓기에 좋아 보였다. 가장 안쪽에 냉장창고가 있는데 신선한 배송을 요하는 제품들은 그곳에 정리가 잘 되어있다.
포트에 물을 끓여 커피를 타 마시면서 담배를 한 대 피우다 보면 어느덧 사장님이 내려오신다.
“ 주민이 일찍 왔네? 나도 커피 한 잔 먹자.”
나보다 네 살이 많으신 사장님은 세 아이의 아버지 이자 매일 유업에 다니는 사모님을 두신 분이다. 사내 연애를 하다가 결혼을 한 두 분. 그래서인지 일을 하는 중간중간에 사모님에게 전화를 거는 일들이 많았다. 삼일 같이 일을 하고 다니면서 느낀 점이었다. 맞벌이를 하는 가정이다 보니 자영업을 하는 사장님이 대부분의 육아를 전담하고 있었다. 그래서 직원이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 네. 오늘부터 혼자 거래처 돌아다녀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PDA가 있어서 나름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마트마다 어떠한 제품이 들어 가는지 다 외울 필요는 없었지만 삼일 동안 같이 다니면서 들었던 이야기 바로 이것이었다.
‘최대한 반품이 나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
이 점에서 내가 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먼저 앞섰다. 사장님이 각 마트를 돌면서 어디는 뭐가 잘 나가는지 제품을 다 말해 주어서 대충은 이해를 하고 있었지만 막상 일을 해서 직접 경험을 해야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사장님과 돌면서 관찰한 결과 그렇게 관리를 잘하고 있었는데도 하루에 두 세 박스 정도의 반품은 꾸준하게 나온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다.
“ 첫 술에 배 부르려고 하지 마. 다 실수하면서 배우는 거지. 일단, 몇 달은 네 인건비라도 번다고 생각해. 그리고 영업에는 왕도란 없어. 네 스타일대로 하는 거지.”
사장님도 처음부터 우유 영업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매일 유업 사무직으로 일을 시작했는데 전문대 졸이라는 이유로 인사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자 사표를 내고 영업일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치즈 특판으로 대형 마트에 물건을 넣을 수 있어서 그때 돈을 많이 벌었다고 했다. 대형마트의 물류가 거대화 되면서 이내 거래처를 잃고 다시 우유 총판으로 일을 새로 시작했다고 했다.
“ 서울 우유를 우리가 이길 수는 없지만 적당히 견제를 하면서 장사를 할 수는 있어.”
아무리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처음이라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서울 우유 말고는 다른 우유를 사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았다.
커피를 한 잔씩 마시면서 담배를 다 피우고 나면 이제는 화물차에 물건을 싣고 나갈 준비를 한다. 일단,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큰 마트에 행사용으로 들어갈 우유를 두 개입으로 포장을 하는 일이다. 이런 것까지 일선에서 일일이 영업사원이 포장을 하는 줄은 몰랐었다. 대형마트에는 의례 행사용 상품을 많이 넣어줘야 한다고 했다. 전단지 행사로 손님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것이다. 이 전단 상품은 물건을 많이 팔기 위한 미끼 투척용이다. 당시만 해도 마트들이 무한 경쟁을 할 때였다. 대형 마트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던 시기였다. 경쟁은 점점 치열해져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