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화. 죽음.

93화. 죽음.

by 번트엄버

93화. 죽음.


어찌어찌 하룻밤을 넘기는가 싶었다. 장인어른의 호흡이 안정적으로 돌아오는 것 같았다. 처남은 다들 씻어야 되는데 수건이 없는 거 같다며 용인 집에 들러 수건을 넉넉하게 가지고 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뜬눈으로 밤을 새울 수 없으니 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서기로 했다. 나와 주현이가 첫 번째 불침번을 자처했다.

사람은 죽기 전에 크게 한 숨을 세 번 내쉰다고 한다. 그렇게 호흡이 멈추고 나면 심장 또한 1분여를 더 뛰고 이내 멈춘다고 한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다.

장인어른은 갑자기 숨이 멎는가 싶더니 크게 한 숨을 내쉬었다.

‘아. 이제 왔구나.’

야간근무를 보고 계신 수녀님이 호흡이 끊어지는 거 같을 때 와서 보고를 하라는 전언이 있었다. 숨을 끊어질 듯 쉬는 장인어른을 보고 주현이가 오열했다. 그 소리를 듣고 자고 있던 다른 가족들도 잠에서 깨었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수녀님에게 가서 기별했다.

능숙하게 수녀님은 일을 진행했다. 장례식장에 연락을 취하고 장인어른에게 가서 담담하게 서계셨다. 장인어른은 결국 숨을 크게 세 번 몰아쉬고 숨을 거두셨다.

“ 숨을 거두셨어도 아직 귀가 열려 있으니까 다들 한 말씀씩 하세요.”

상기되어 있으면서도 차분한 목소리였다.

“ 잘 가요. 여보. 이제는 아픔 없는 곳에서 편안히 쉬세요.”

떨리는 목소리로 장모님이 말씀하셨다. 아무리 아픈 상황에서도 눈물을 보이지 않으시는 장모님이 시다.

“ 잘 가. 아빠. 너무 힘들어했는데 이제는 아프지 않은 곳에서 평온하세요. 아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장인어른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주현이었다. 그녀는 시종일관 아빠가 아프고 난 뒤부터 줄곧 스킨십을 많이 했다. 어렸을 때 너무 엄하게 자식들을 훈육한 탓에 아빠의 사랑을 많이 못 받았던 것이 이내 그런 식으로 표출되는 듯 보였다.

“ 아빠 잘 가. 고마웠어. 아빠, 사랑해.”

평소에 감정 표현을 아끼던 처제도 장인어른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나는 속으로 인사를 했다. 목이 메어 와서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서다.

심장박동이 완전히 멈추면 자신을 불러 달라고 하고 수녀님은 입원실을 나가셨다. 심장이 멈추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한 인간으로서 남편으로 아버지로서의 삶을 장인어른은 마감하셨다. 새벽 한 시 정도였던 것 같다.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처남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0분 정도 뒤에 병실로 돌아왔다.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평소에도 아버지와의 관계에 늘 서먹해하던 아들만이 마지막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이제 우리는 장례 절차에 들어가야 했다. 삼일 동안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으니 오늘이라도 제대로 잠을 자야 한다는 의견으로 일치했다. 갑작스러운 장인어른의 죽음이 었지만 호스피스에서 먼저 마음의 준비를 한 가족들은 대체로 담담했다. 마음속으로 각자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와 처제는 우리 집에서. 처남 가족과 장모님은 용인 집에서 잠을 청하고 내일 아침에 만나기로 했다.


예전부터 엄마가 상조에 들어 논 것이 있다고 서류 같은 것을 준 적이 있었다. 우리 부모님 두 사람 말고 한 사람 서비스로 해주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전화를 걸어 장례지도사와 일정을 조율했다. 장례 때 입을 의복을 렌털하고 지도사를 직접 만나 면담을 했다. 화환 장식을 합의하고 장례식장과 협의하여 음식의 종류를 정하고 연락해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부고를 띄웠다.

2주일 전에 장모님의 부탁이 있었다. 장례 때 쓸 장인어른 영정 사진을 확대하는 일이었다. 포토샾을 부탁해서 양복을 입은 모습으로 액자에 반듯하게 넣어 차에 늘 가지고 다니고 있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어떻게 보면 장인어른이 호스피스 병동에 입소를 하면서부터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마지막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했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장례식은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르게 흘러갔다. 입관을 할 때 그렇게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마지막으로 보는 장인어른의 모습이었다.

3일 내내 밤을 꼬박 새워야 했다. 주현이 친구면서 내 대학 동기기도 한 명관이가 마지막 날에 나와 밤을 새워 주었다. 이런 일에 경험이 나보다는 많은 녀석이었는데 그냥 술 먹고 밤을 새우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그렇게 마지막 밤을 꼬박 새우고 우리는 새벽에 화장터로 떠났다.

발인부터 화장장 그리고 납골당까지 일정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잠을 거의 자지 못해서였는지 더 정신이 없었다. 모든 일정을 같이한 친 인척들과 친구들과 마지막 식사를 나눴다. 모든 분들께 감사했다. 끝까지 같이 해주셔서 우리도 장인어른을 잘 보내 드릴 수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장인어른의 영혼이 진짜 주현이에게 날아와 마지막 인사를 하고 간 것일까? 그 일이 다시 머릿속에 떠올랐다.

모든 일정이 지나가고 나와 가족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같이 일주일을 보냈다. 대부분의 시간을 잠을 자는데 시간을 썼다. 그간 부족했던 수면시간을 보상해 주는 일이 필요했다. 그렇게 삼우제까지 지내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상을 치르는 동안 동물 병원에 맡겼던 쿠키는 다시 장모님의 품으로 돌아갔다. 녀석은 혼자 시간을 보내셔야 하는 장모님에게 돌아가는 것이 올바른 결정이라는데 모두 합의했다. 그리고 각자가 보내던 일상으로 복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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