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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열일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이 책은 스미노 요루의 데뷔작으로 일본 내 '소설가가 되자'라는 사이트에 투고해 라이트 노벨 작가의 눈에 띄어 출판된 작품으로 유명하다. 역시나 강렬하고 호기심을 자아내는 제목이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출판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각종 출판 집계 상위에 랭킹 되고 서점 대상 수상, 야후 검색 대상 수상 등 상복도 많았다. 이후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고, 영어판으로도 번역됐다. 이 작품 덕에 스미노 요루란 이름을 국내외 널리 알리며 일약 스타 작가로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제목의 의미는 몇 가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우선 작가는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다른 동물의 그 부위를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설을 앞세워 일찌감치 독자의 의문점을 해소한다. 후반부에서는 여주인공 사쿠라와 남주인공 하루키가 서로에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고 표현하며 자신과는 사뭇 대조적인 서로에 대한 동경, 호감, 닮고 싶은 소망 등을 나타내는 것 같다. 그리고 초반에 사쿠라가 하루키에게 '자신이 죽으면 자신의 췌장을 먹어 달라고 하는데, 그럼 사쿠라의 영혼은 하루키의 내면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복선을 깔아준다. 이 전제로, 남자 주인공 하루키의 관점에서 서술되는 '1인칭 시점'인 점을 감안하면 사쿠라를 통해 갇혀있던 틀을 깨고 새롭게 변화하려는 하루키의 독백, 그래서 결국 사쿠라가 생각하는 '산다는 것'의 의미를 실현한 하루키의 모습을 나타낸 상징은 아닐까 싶다.
번역서 그만 내려놓고 이젠 사전 끼고 원서로!
국내에서도 자자한 명성에 힘입어 꽤 인기를 끌었는데, 나 역시 번역서가 출간된 2017년에 아주 어렵사리 도서관에서 빌려 겨우 읽었던 기억이 있다. 다만, '전혀 괜찮아요.' 같은 일어식 말투라던가 우리말로 딱히 번역하기 애매한 표현의 경우 원문과 괴리감이 느껴지는 경우도 더러 있어 번역서가 매끄럽게 읽히지 않았다. 영어든, 일어든 번역서를 읽을 때마다 심심찮게 느끼는 이런 원문에 대한 갈증이 도화선이 돼 일본어 원서 읽기 입문에 직접적인 계기를 마련해 준 작품이기도 하다.
책 속으로 ... '줄거리'
17살 밝고 명랑한 여고생 '야마우치 사쿠라'는 늘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그야말로 인싸 중의 인싸! 그에 반해 같은 반 '시가 하루키'는 존재감 없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아싸 중의 아싸!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보다는 책에 파묻혀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에 침잠하길 좋아한다. 사쿠라를 영리한 여우라고 친다면, 하루키는 순둥이 곰이라고나 할까. 서로 상반된 캐릭터로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둘은 어느 날 병원에서 우연찮게 하루키가 사쿠라의 투병 일기장 '공병문고'를 손에 넣으며 둘만의 비밀을 공유하게 된다. 췌장암으로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는 사쿠라는 가족 이외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지 못하지만, 오직 하루키는 예외다. 자신과는 정반대의 성향에다 항상 자신의 이야기를 무덤덤히 잘 들어주는 그에게 끌리고, 하루키도 늘 제멋대로인 듯 유쾌한 말괄량이 그녀가 싫지만은 않다. 그렇게 서로의 다름에 동화되며, 사쿠라에게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시간을 함께 나누는데... 뜻밖의 사건과 마주한 두 사람의 운명은?
연애 소설 그 이상의 카타르시스
이 책의 독특한 특징이라면 남자 주인공 '시가 하루키'의 이름이 소설 후반부에 이를 때까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쿠라나 다른 친구들, 심지어 그의 부모조차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줄곧 '仲のいいクラスメイト’、’秘密を知っているクラスメイト’、’ひどいクラスメイト’、’地味なクラスメイト’ 등 사쿠라와 친구들이 하루키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실어 이름 대신 부른다. 하루키 또한 반 친구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껌을 권하는 친구', '그녀의 절친', '학급 위원' 등 특징을 나타내는 단어로 대신 표현한다. 그만큼 하루키는 타인에게 무관심하다. 자신이 만들어둔 보호막 안에서 움츠리고 틀어박혀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작가는 하루키와 타인의 심리적인 거리감을 '무명'으로 표현한다. 그런 하루키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인물이 바로 사쿠라다. 그녀를 통해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감정과 생각을 나누고, 점점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 더불어 하루키의 사회화 과정 속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통해 독자도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하지만 역시나 살짝 부족한 2%?
2017년에 읽은 번역서 vs 2020년에 읽은 원서! 우선 서걱서걱 여기저기 눈길이 매끄럽게 따라가지 못한 번역서보다는 확실히 원서가 문장의 맛은 살아 있다. 다만, 문화 차이로 인해 번역이 애매한 부분이 많아 번역가 님도 많은 애를 쓰셨으리라 생각된다. 암튼, 시한부와 연애물이란 진부한 소재에, 전반적으로 예상되는 굵직한 흐름, 개연성 부족한 사쿠라의 허무한 죽음, 병을 앞세워 툭하면 하루키에게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사쿠라의 태도, 지나치게 오버스럽고 과도하게 밝은 사쿠라의 성격 (물론 이건 오디오북의 영향이 크다ㅋ;;) 그리고 하루키에게 남긴 유서, 공병문고의 임팩트가 생각보다 너무 가볍고 부족해서 내 눈물샘을 자극하는 데는 실패했다. 바싹 메마른 감수성 부족일 수도 'ㅡ';;
뭐, 암튼 이런 점들이 명성에 못 미친다고 느낀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독 할 수 있었던 건, 스미노 요루! 요 작가 참 술술 읽히게 글을 잘도 쓴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좋은 글귀도 많고, 일어 수준도 어렵지 않아 일본어 원서 읽기로 인풋 쌓기 원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책 속의 밑줄
違うよ。偶然じゃない。私達は、皆、自分で選んでここに来たの。君と私がクラスが一緒だったのも、あの日病院にいたのも、偶然じゃない。運命なんかでもない。君が今までしてきた選択と、私が今までしてきた選択が、私達を合わせたの。私達は、自分の意思で出会ったんだよ。
아니야. 우연이 아니라고. 우리는, 모두 각자의 선택으로 여기까지 온 거야. 너와 내가 같은 반인 것도, 그날 병원에 있었던 것도, 우연이 아니야. 운명 같은 것도 아니야. 네가 지금까지 결정한 선택과 내가 지금까지 결정한 선택이 우리를 만나게 해 준 거야. 우리는 각자의 의지로 만난 거라고. p. 170
君にとって、生きるっていうのは、どういうこと?
生きる、か。きっと誰かと心を通わせること。そのものを指して、生きるって呼ぶんだよ。
너에게 있어 산다는 건 뭐야?
산다는 건, 분명 누군가와 마음을 통하게 하는 것. 그걸 가리켜 '산다'라고 하는 거야. p. 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