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보다 더 핫했던 국내 화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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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8년쯤이었나? 에세이의 열풍 속에서 당당히 1위를 거머쥔 추리소설이 있었으니, 바로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처음 출판사의 카드 뉴스로 접한 후 꽤 흥미로운 줄거리에 구미가 당겨 덥석 원서를 사두었다. 도서관에 갈 때마다 일본 도서 책장에 꽂힌 이 책을 볼 때마다 묵은지 신세로 전락한 원서가 떠올라 내친김에 설이 오기 전에 완독 했다.
27세, 다카토 후미야는 선천적으로 얼굴의 절반 이상이 반점으로 뒤덮여 태어나 부모에게 버림받고, 시설에서 자란다. 주변 사람들로의 조롱과 소외로부터 유일하게 자신을 보호해 준 것은 폭력. 그렇게 불운한 유년 시절을 보내며 범죄를 일삼아 교도소를 들락거린다. 교도소에서 만난 지인이 이끄는 절도단에서 푼돈을 모으다 폭력배가 연루된 도박판에 빠져 큰 빚을 진다. 그들에게 끌려가 폭력배에게 중상을 입히고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오지만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헤어 나올 길이 없다.
あの男たちが社会に出てきたら…… わたしの代わりに由希子の仇を討ってちょうだい。
그놈들이 출소해 사회로 나오면...... 나 대신 유키코의 복수를 해 주시오.
그때 만난 노부코라는 노파는 그에게 천사의 구원이자 악마의 유혹이었다. 딸을 처참하게 살인자들에게 잃고, 절치부심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오던 그녀는 암에 걸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을 대신해 살인자들을 죽여 딸의 복수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새로운 호적과 얼굴 성형으로 새 인생을 살 수 있는 돈을 얻을 수 있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던 그는 그녀가 내민 손을 덥석 잡는다. 어느덧 15년의 세월이 흘러 그는 한 가정의 어엿한 가장이자, 경제적 기반도 탄탄히 다지며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그 평온한 일상에 날아든 편지 한 장으로 그의 삶은 다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린다.
あの男たちは刑務所から出ています。
그놈들은 출소했습니다.
모습은 드러내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주인공을 압박하는 범인과 범인의 실체를 밝히려는 주인공 사이의 줄다리기가 압권이다. 주인공에게 살인을 의뢰한 노파는 이미 죽었는데, 대체 누가, 왜 주인공의 목을 조여 오는 건지 그 호기심과 궁금증이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모든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뒷부분 40페이지에 예상지도 못한 숨은 반전이 정말 압권이다. 사실 등장인물이 많지 않고 사건의 흐름도 단순하게 흘러가 범인이 누구인지는 충분히 유추가 가능한데 범행 동기를 좀처럼 알 수 없어 결말로 치달을수록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간다. 문장도 짤막하니 대화문도 많아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다른 추리 소설에 비해 너무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묘사가 많지 않아서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몇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었던 건, 노부코의 딸을 납치해 인권을 유린하고 결국 처참히 살해한 살인자에 대해 처벌이 피해자와 유가족의 한을 풀어주지 못한다면 개인적으로 그들을 응징하는 것은 정당한가?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에서 다룬 미성년자 범죄와 솜방망이 처벌로 인한 피해자의 고통과도 맞닿아있다. 또, 반대로 한 번 범죄를 저지른 자는 다시 사회로 돌아가 갱생할 기회를 영원히 박탈해야 하는가?이다. 두 가지 상충되는 논제와 함께, 일반 사람들과 다른 점으로 차별받고 소외되는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그런 점이 범행의 동기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 선택의 연속인 삶에서 선택에 따른 책임은 항상 수반돼야 하며 잘못된 선택이 결국 불행의 씨앗이 된다는 정석 같은 교훈을 준다. 심장 쫄깃, 아찔한 스펙터클 서스펜스에 풍덩 빠져 무료한 일상마저 감사함으로 선물 받고 싶다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