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나아지고 싶다고 느낄 때 나에게 집중하고 몰두하려고 했던 거 같다. 그러면서 오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터질 때가 있다. 돌이켜보면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이 들 때에는 나에게 몰두하는 것이 아닌 타자에게 몰두해 있을 때라는 걸 알게 되었다. 몰두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몰두’는 한자 沒頭에서 왔다. 沒(빠질 몰)은 ‘빠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다. 고대 자형을 보면, 물(水)의 흐름과 손(手), 그리고 소용돌이 모양이 결합돼 있다. 이는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 올리기 위해 손을 뻗는 장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후 ‘빠지다’, ‘가라앉다’, ‘죽다’와 같은 부정적인 의미로 확장되었다. 頭(두)는 ‘머리’를 뜻하며, 물리적 신체뿐 아니라 ‘정신’이나 ‘사고’를 가리키기도 한다. 결국 ‘몰두’는 원래 ‘머리가 잠긴 상태’를 뜻했고, 현대에는 ‘한 가지 일에 깊이 집중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나는 沒(빠질 몰)이 유독 재미있다. ‘몰두’라는 단어 자체가 나에게 신앙적 느낌의 단어였다. 그런데 ‘빠질 몰’이라는 한자 자체가 물에 빠진 사람을 손으로 구하는 일에서 비롯됐다니 얼마나 쿨한가.. 빠진 사람을 묘사한 것이 아닌 빠진 사람을 구하는 사람을 묘사하였다. 그렇다면 ‘몰두’ 라는 단어는 스스로 머리를 잠그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실수로 물에 빠져서 머리를 담그는 게 아니라 스스륵하고 스스로 들어가는 것. 아무 소리도 아무 생각도 없이 하나만 바라보고 집중하는 것이라는 단어의 뜻에 딱 맞는 단어인 듯하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멋있는 단어이다. 앞으로 내가 알고 있던 것에 새로움을 더 하는 일에 머리를 스스로 담궈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