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기세’의 기운은 갓 지은 쌀밥이다.

by 더하기

요즘 준영이는 “인생은 기세야~”라는 말을 자주 한다.

어지간히 내 기세가 쇠약해 보였나 보다.

생각해 보면 이런 말들은 항상 곁에 있었다.
‘오히려 좋아’, ‘응 안 하면 그만이야~’, ‘럭키가이!’ 같은 말들.
이런 문장들이 더 많아지는 세상이면 좋겠다.


준영이에게 반쯤 세뇌를 당해서 그런지, 요즘은 정말 인생이 기세 같다는 생각을 한다
기세가 좋을 때는 못 이룰 게 없는 것 같고, 못 이룬 게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게 된다.

반대로 요즘의 나는 뭘 하든 쉽지 않다.
주저하게 되고, 그 주저함이 다시 불안과 두려움으로 돌아온다.
기세가 꺾이면, 판 전체가 기울어져 버린다. 안 좋은 형세다.

그렇다면 준영이가 이렇게 자주 말하는 ‘기세’라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


기세(氣勢)는 두 개의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기(氣)’와 ‘세(勢)’.

먼저 ‘기(氣)’의 모양을 보면 재미있다.
쌀 미(米) 위에 김이 피어오르는 형상이다.
곡식에서 수증기가 올라오는 모습, 즉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기운이다.
숨, 에너지, 생기 같은 거라고 생각된다.

‘세(勢)’는 힘의 방향이다.
어디로 쏠리고 있는지, 어떤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지.
그래서 우리는 전쟁에서도 ‘형세’와 ‘기세’를 함께 말한다.
판이 어떠한가와, 그 안에서 흐르는 힘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기세란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에너지와, 그 에너지가 향하고 있는 방향의 합 같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기세가 좋을 때는 실질적인 실력이 갑자기 늘지 않아도 괜히 뭐든 될 것 같은 얼굴로 세상을 대하게 된다. 반대로 기세가 꺾이면 같은 환경인데도 모든 선택이 무거워지고 세상이 나를 패배자라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된다.


내 인생이 쌀알 하나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작고 가벼워지지만, 막 지은 밥이라고 생각한다면 보기만 해도 기분 좋고 온화한 수증기를 내뿜을 수 있을 것이다.
기세도 그런 것일지 모르겠다. 나는 요즘 기세가 좋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나는 단순히 쌀알이라고 스스로를 인식하기보다 갓 지은 밥이라고 생각하고 기세로 밀어붙이는 태도가 필요한 거 같다.

월, 목 연재
이전 18화불은 모든 걸 태워버리지만, 누군가의 사랑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