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모든 걸 태워버리지만, 누군가의 사랑이기도 하다.

by 더하기

'불사르다’라는 말이 흥미롭다!
본래는 무언가를 남김없이 태워 없앤다는 말인데,
우리는 오히려 가장 사랑하는 것, 가장 붙잡고 싶은 것 앞에서 이 단어를 사용한다.

왜 우리는 스스로를 소모하는 순간을 ‘불’에 비유하게 되었을까.

‘불사르다’의 사전적 의미는

1. 불에 태워 없애다 2. 어떤 것을 남김없이 없애버리다.
이런 뜻을 가진 동사인데, 어쩌다가 이 말을 우리는 열정의 상징처럼 사용하게 된 걸까.
이를 이해하려면 ‘열정’, ‘냉정’과 같은 온도감이 태도, 감정과 같은 의미로 어떻게 표현하게 되었는지 알아봐야겠다.
여러 언어권에서 예전부터 “뜨겁다 = 강한 감정/욕구/열망”, “차갑다 = 냉담/이성/거리”라는 비유가 오랫동안 반복돼왔다는 걸 알게 됐다. 인간이 마음의 상태를 물리적 온도 감각으로 빗대어 표현해 온 것이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감정을 몸 안의 열기/에너지로 인식했던 거 같다.
그 이유를 정확하게 찾아볼 순 없었지만 나만 해도 열정을 느낄 때면 가슴 안쪽에서 뜨거운 것을 느낀다. 이와 같이 즉각적인 신체 반응이 온도와 감정을 연결하는 시작점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불사르다’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본래 의미는 소모와 파괴의 의미를 가졌지만 지금 우리의 쓰임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행위로 재해석하고 있다.

나에게도 불사르고 싶은 대상이 있다. 그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열정과 냉정, 이상과 현실, 용기와 두려움과 같이 양가적 감정이 동시에 자리한다.

이와 같이 불처럼 소모되는 과정을 우리는 두려워하지만 그 행위를 반복한다.

그건 우리가 ‘살아있다’라는 감각을 느끼기 때문 아닐까?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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