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발 전통휠을 타고 한밤중에 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볼때 나는 욕이 나왔다. 정말 겁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아무런 보호 장비도 없이 바퀴 하나에 몸을 맡기고 달리는 모습은 위험천만해 보였기 때문이다. 화려한 불빛을 번쩍거리는 바퀴가 못마땅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분들이 대리기사님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차 트렁크에 실을 수 있는 이동수단이라, 전동휠을 타고 이동하며 그 밤에도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 밤중 도로를 달리는 외발 전동힐의 이유를 안 순간 부끄러움과 함께 그분이 생각났다. 50대 중반을 넘어선 그분은 자신을 '육짓것'이라고 소개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국을 여행하다 20대 초반에 제주에 정착했다고 했다. 그분이 자신을 '육짓것'이라고 말할 때 나는 단번에 그 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어릴 적 우리 동네에도 육지에서 내려와 잠깐 머무는 외지인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 중에 몇몇은 순진한 동네 어른들에게 사기를 치고 야반도주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좁은 동네에서 소문은 금세 퍼졌고 육지사람들을 고운 눈으로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동네 어른들은 육지에서 온 사람들을 '육짓것'이라 부르며 가까이하지 않았다. 물론 이 모든 것은 40년이 훨씬 지난 옛날이야기다.
그분이 사랑하는 여인은 건강이 좋지 않았다. 그런 모습까지도 사랑할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두 아들을 낳았는데 둘째 아들이 몸이 좋지 않았다. 아픈 부인과 아픈 아들을 돌보는 가장의 삶은 너무나 고단한 것이었다. 닥치는 대로 모든 일을 다 했다고 한다.
식당에서 일을 하던 어느 겨울에 주인아줌마는 성실한 그분에게 큰 마대자루에 귤을 가득 담아 집에 가서 아이들과 먹으라고 줬다. 그때는 귤이 귀한 때라 기뻐할 아이들을 생각하며 자전거 짐칸에 싣고 서둘러 집으로 갔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찾아온 것이다. 월셋집 주인이 감귤 도둑으로 그분을 신고한 것이었다. 귤 하나를 다 까먹기도 전에 그분은 아이들 앞에서 경찰의 조사를 받아야 했다. 다행히 식당주인과 연락이 되어 문제는 해결됐지만 씁쓸한 그분의 표정에서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가 느껴졌다. 가진 것 없는 이방인이 환영하지 않는 외지에서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어떻게 그 시간들을 견디며 삼키며 살았는지 나는 알 길이 없다.
아픈 부인을 돌봐야 해서 요즘은 대리운전을 한다고 했다. 오후 3시에 시작되는 모임이 부담스러울 텐데도 그분은 충혈된 눈으로 동그랗게 말린 피곤한 어깨를 하고도 모임에 참석했다. 가끔씩 근황을 물으면 진상손님 얘기, 허탕 친 날들에 대한 야속함도 스스럼없이 얘기하셨다. 그리고 모든 끝마무리는 그저 '허허' 웃을 뿐이었다. 그 잊을 수 없는 웃음은 고약하고 야박한 인생 앞에 맞서는 그분의 무기처럼 보였다.
사람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미워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유가 있겠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안전문제나 보호 장비를 떠나 한밤 중 도로를 달려야 하는 전동휠의 이유를 생각해 본다.
어딘가에서 전동휠을 타고 화려한 불빛을 뿜으며 오늘밤도 달리고 있을 선하고 성실한 그분을 생각한다. 바퀴가 돌아갈 때마다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불빛을 생각해 본다. 그 화려한 불빛이 야속한 인생에 대한 도전인지 그런 인생까지도 살아보겠다는 호기로운 선언인지 알 수는 없지만 힘을 다해 달리느라 튕겨 나오는 뜨거운 불꽃인 것은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