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강아지도 어쩔 수가 없는 순간들이 있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데 4층에서 내려오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9시가 훌쩍 넘어 등교할 학생이나 출근할 사람도 없는데 이상하다 생각할 때 '땡' 하는 도착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 조금만 참으면 되는데, 그걸 못 참아 어! 내가 쪼금만 참으라고 했지!"
3층 아저씨가 애완견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 함께 탔던 할머니와 아줌마들은 민망한 듯, 불쾌한 듯 한 마디씩 거들며 내렸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서너 개의 큰 똥덩이가 널브러져 있었다.
뒷다리를 널찍하게 쫙 벌리고 서서 떨어지는 자신의 똥을 피하던 녀석은 민망한 듯 연신 꼬리를 흔들었다.
녀석은 어떻게 보면 도베르만 핀셔와 약간 닮은 잡종견이다 .
우린 같은 아파트에 7년째 함께 살고 있다. 녀석은 매일 아침 산책을 나와 변을 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녀석도 이 황당한 상황을 다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녀석은 어쩔 수가 없었을 것이다.
참아야 했지만..... 여러 사람 앞에서, 주인의 얼굴을 생각하면 참아야 했지만, 똥을 쌀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강아지도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타국에서 아이 둘을 키웠다. 언어도 문화도 다르고 무엇보다 중국인으로 오해를 받으며 그곳에 정착하려고 애를 썼다. 당연히 스트레스가 많았다. 스트레스가 많으면 마음이 좁아지고 급해진다. 거칠어지고 참을 수가 없어진다. 어쩔 수가 없다.
그렇게 내가 어쩔 수 없던 시절에 큰 아이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항상 너무 미안하다.
엄마가 어쩔 수가 없었다고 변명하고 싶다.
그렇게 거칠었던 초보 엄마는 4살 아이의 어쩔 수 없는 행동을 참지 못했다.
치과치료를 가서 입을 벌리지 않겠다고 고집부리던 아이, 화장실로 달려가는 와중에 오줌을 싸버린 아이,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길거리에서 떼를 썼던 아이를 나는 봐주지 못했다.
아이의 어쩔 수 없던 순간들을 참지 못했던 나의 서툰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미안하다. 그 어린 아들은 이제 군대 갈 나이가 되었다.
누구보다도 어쩔 수 없었던 여러 순간들을 살아왔기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는 사람의 약함과 한계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강아지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너도 어쩔 수가 없었구나... 나도 안다. 나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