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하는데 시간을 쓰자

by 정미리

예전에는 밥 하는데 쓰는 시간을 제일 아깝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일이 많았고 해야 할 일은 더더욱 많았다.

무언가를 성취해 내는 기쁨 앞에 한 두 끼 굶는 것은 가벼운 일이었다.

중요한 일을 미루며 요리를 하는데 시간을 쓰는 것은 낭비처럼 느껴졌다.

그때의 나는 참 젊었다. 뭐든지 소화할 수 있었고 뭘 먹어도 괜찮았다.


지금은 밥 하는데 시간을 가장 많이 쓴다. 뭐든지 먹을 수 없고 소화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 같다.

시간을 앞에 쓰느냐 뒤에 쓰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나는 자녀들에게 밥 하는데 시간을 쓰라고 당부한다.

엄마처럼 늙어서 후회하지 말고 젊을 때 요리하는데 시간을 쓰라고 자주 말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얼굴이다. 맛있는 거 시켜 먹으면 그만이지 하는 표정이다.


육체가 채워진 젊은 날은 지혜가 모자라고 지혜가 채워질 때면 우리의 육체가 비워지는 것이 세상이 이치임을 안다. 이것 역시 공평한 것 같다.


가끔씩 정성 들여 요리를 해 먹는 젊은이들을 본다.

심지어 누군가를 초대해 그 음식을 함께 나누는 더 기특한 젊은이들도 있다.


나는 그들이 참 대단해 보인다. 지혜로워 보인다.

따끈한 음식을 먹고 그들은 앞으로 더 대단한 일을 오래도록 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