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은 그들을 돕지 않았다.

by 정미리

수많은 신화와 전설 속의 신들은 그들을 돕지 않았다.

아직 쌀쌀한 새벽,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하는 그림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들도 알지 못했던 신, 존재여부조차 확실치 않지만 전능하기만 할 것 같은 신에게 날마다 기도했을 사람들. 그 신들의 눈과 귀를 여는 유일한 방법은 정성과 지속성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새벽마다 일어났다. 간절하게 엄숙한 마음으로.


신들의 사정이야 어떻든

새벽마다 무릎 끊고 기도하는 그 행위자체가 그들에게는 희망이고 위로였을 것이다.


철저한 무력감 속에서도 반복된 기도행위와 신이 들을 것이라는 확신이 그들을 새벽마다 깨웠을 것이다.

그 확신과 위로가 하루하루 살게 하고

그 기도시간에 부어지는 희망과 평안이 그 험한 시간을 견디게 했을 것이다.


때론 우리도 무언가를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위로이고 평안일 될 때가 있다.

아무런 진전과 변화가 보이지 않아도 쉬지 않고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위로한다.

그 속에서 희미한 희망마저 보게 된다.

그런 지속성이 가져오는 변화는 틀림없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신들은 그들을 돕지 않았다. 우리가 우리를 돕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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