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요란을 떨지 말아야겠다.

by 정미리

어제는 지독한 기침 때문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

어스름한 밖을 보니 새벽부터 비가 억수로 오고 있었다.

이런 날에도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학교에 가야 하는 딸이 안쓰러워 나도 일어나 옷을 입었다.

몸이 아파도 비 오는 날은 꼭 운전을 해주고 싶어진다.


딸을 학교 앞에 내려주고 나자 비는 더 요란하게 내렸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어느 골목 귀퉁이에 차를 세웠다.


차 유리창으로 별이 박히듯 굵은 빗방울이 쉬지 않고 쏟아졌다.

유리창에 부딪치며 쓱 미끄러지는 빗방울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별똥별 같기도 하고 올챙이 꼬리 같기도 했다.


비바람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을 들으며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구경했다.

날씨 때문에 뭣도 모르는 클래식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평온해졌다.

오랜 감기로 약하고 피곤한 몸도 이런 날씨에 운전을 해야 하는 두려움도 어느 순간 사라졌다.


차 안이란 작은 공간에서 요동치는 세상을 본다.

평상시에는 들리지 않던 클래식 음악에 내 귀가 열렸다.

이 억수 같은 비도 그칠 것임을 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어려움도 그치는 비처럼 지나갈 것임을 안다.


비바람 치는 날이 전부가 아님을 항상 기억하려고 애를 써본다.

고난 속에서 더 잘 보이고 들리는 것들을 찾아보고 싶다.

비바람 속에서도 평안할 수 있다고 곧 날이 갤것라고

내 삶에 내리치는 비바람에 요란을 피우며 떨지 말라고 내게 말해주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소원의 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