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의 강도

by 정미리

12월이다.

세브란스 암병원 복도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예쁘게 장식되었다. 우울하고 슬프기만 한 병원에서 크고 반짝거리는 트리를 보는 것은 큰 기쁨이다. 그 트리 옆에는 각자의 소원을 적은 카드들이 길게 전시되어 있다.


이 복도를 오가는 어린 환자와 그 가족들, 젊은 환자와 그의 다정한 친구들, 할머니를 먼저 보낼 수 없는 외로운 할아버지가 적은 소원카드가 길고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다.

이곳처럼 간절한 곳이 또 있을까? 만약에 소원의 양적 정도와 질적 깊이로 소원을 들어준다면 하나님은 이곳 사람들의 소원을 분명히 가장 먼저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도 나의 소원을 적어서 걸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담아 적은 소원이 모두 같은 내용이라니...

갑자기 쓸쓸해진다.


소원의 강도와 깊이, 간절함의 정도로 소원을 들어준다면 정말 좋겠다.

그렇다면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의 소원을 적어서 전시할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는 듯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또다시 볼펜을 들고 소원을 적고 있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이 그 간절함에 달려 있다면 이곳에서 뛰어노는 저 어린아이들이 가장 먼저 나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의사도 간호사도 아픈 나도 건강한 방문객들도 모두 아이들을 바라보며 ‘어서어서 건강해지렴’ 하고 말하는 마음의 소리가 쟁쟁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이 되자 세상 곳곳에서 소망과 소원을 말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인다. 소원은 그렇게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나 보다.

추운 바람이 부는 밖을 보며 말해본다.

“꼭 소원의 간절한 정도로 먼저 소원을 들어주셔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