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는 방법

by 정미리

나이가 들수록 그림이 좋아졌다.

우연히 미술관에 갔다.

딱히 이유는 없고 그저 내 걸음이 그림을 쫓아 들어간 것이다.


가만히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림 속 이야기가 보인다.

"바느질하는 여인"

한 땀 한 땀, 여인이 내 앞에서 바느질을 했다. 어느 허름한 부엌 식탁에 앉아 기쁘게 집중하고 있었다.

누구를 위해 저렇게 바지런히 손을 움직이는지 궁금해진다.

"꽃병"

평범한 꽃이었다. 내가 걸음을 멈춘 것이 아니라 그 꽃이 나의 발목을 잡았다.

들판의 꽃을 꺾어 식탁을 장식한 어느 아낙네의 기쁨이 느껴져서 한참 동안 바라봤다.

평범하고 투박한 꽃이 꼭 나 같았다.

예술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과 색다른 긴장감을 줄까?


그림은 찬찬히 들여다본다.

음식은 맛있게 냠냠 먹는다.

음악은 말없이 듣는다.

그리고 글은 애써서 읽는다.

그러고 보면 사람을 감동시키고 위로하는 데는 음식이 최고인 것 같다. 그리고 음악과 그림이 아닐까?


글로 위로받고 감동받기가 가장 어려워 보였다.


"겨울들판을 지나는 나그네"

그 해 겨울이 얼마나 추웠는지 얼마나 외롭고 가난했는지가 느껴졌다.

외투를 단단히 여미며 들판을 지나는 나그네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

그를 애처롭게 보는 마음은 나를 위로하려는 마음이었다.


글이 이런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내 앞에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됐다.

미술관을 가지 않아도 음악을 듣는 귀가 없어도 내가 나를 위로하는 것이 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물이 어떻든 그저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는 그 시간이 위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따뜻하게 나를 위로하는 것이 글쓰기 아닐까?

그 깨달음은 또 글을 쓰고 읽으며 위로받는 기쁨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