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물 같은 사람

by 정미리

요즘 나는 어디를 가든 차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우연히 착한 일을 할 기회가 거이 사라졌다.

버스를 타고 걸어 다닐 때는 내가 도와줘야 할 상황과 사람을 가끔씩 마주쳤다.

할머니의 무거운 짐을 나눠 들어주고 두리번거리는 아이가 갈길을 찾을 동안 조용히 지켜봐 주고 길을 묻는 사람에게 자세히 알려주고 혼자 외롭게 걸어가는 동네 아이에게 괜히 말을 걸어줬던 일들이 새삼 그립다.

그들을 위해 내가 희생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를 위한 일들이었다.


보이스 피싱을 막아준 은행원, 마약범을 잡은 택시기사, 심폐소생술로 노인을 구한 고등학생들, 사고현장에서 힘을 모아 사람을 구한 시민들의 이야기.

대체로 안 좋은 소식뿐인 뉴스 속에서 이런 소식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따뜻해진다.


가끔씩 들려오는 이런 소식을 들으면 사람은 여전히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존엄한 이유는 올바른 도덕적 가치와 정의를 알고 실천하기 때문이 아닐까.


"몇 방울의 물이 바다를 더럽힐 수 없다." 마하트마 간디가 말했다고 라디오가 알려줬다.

바닷가 마을에서 자란 나는 바다가 가진 자정능력을 안다.

언제나 맑고 차가운 푸른 바다일 수밖에 없는 그 놀라운 자정능력말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도 이런 자정능력을 가진 바다가 않을까?

아직도 선하고 용감한 사람들이 많고 또 그런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고 있으니

세상은 요지경 같다 하지만 그건 몇 방울의 흙탕물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사람 사는 세상"이란 말을 했던 대통령의 말이 생각난다.

날마다 흙탕물을 튀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여전히 맑은 물 같은 더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세상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몇 방울이 물이 바다를 더럽힐 수 없듯이 여전히 차갑고 푸른 바다 같은 놀라운 능력을 지닌 사람들을 본다.

그런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내가 여전히 살고 있다.

갑자기 나도 착한 일을 하고 싶어진다. 남은 일주일 동안 꼭 한 가지 착한 일을 해야겠다.

맑고 푸른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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