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딸은 집에 오자마자 양말을 벗어던지고 침대 위에 벌러덩 눕는다.
교복을 입은 채, 침대에 누워 잠시 천장을 보다 깜박 졸다 혼자 웃다가 행복하게 핸드폰을 한다.
편안하고 만족한 딸의 표정이 좋은 향기처럼 온 방을 가득 채운다.
방구석에서 나뒹구는 하얀색 양말들, 누런 떼가 끼고 땀 냄새나는 쭈글이 양말을 볼 때면
딸아이가 오늘 하루도 수고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잔소리하고 싶은 입을 다물고 나뒹구는 양말을 줍는다. 다정한 마음으로 줍는다.
하루 종일 수고한 양말을 시원하게 벗어던지고 벌러덩 침대로 뛰어들듯
모든 근심을 벗어던질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날마다 새롭게 생겨나는 문제들과 해결하기 힘든 근심들을 다 벗어던지고 아무 생각 없이.
수많은 문제들을 이고 지고 살아가는 나의 작은 머리통이 안쓰럽다.
내 앞에 수많은 문제가 쌓여있을지라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이 순간만 사는 사람처럼
하루 종일 수고한 양말을 벗어던지고 벌러덩 침대로 몸을 던지고 싶다
그렇게 쉼을 얻고 싶다. 그 쉼이 다시 새 힘이 될 것을 알기에.
그리고 다시 해가 뜨면 깨끗한 양말을 발목까지 잡아 올리며 자킷의 단추를 여미며
깨끗한 거울 앞에서 머리를 한번 더 빗으며 새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완전히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첫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