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산다는 것은 깊이 들어가는 것

by 정미리

20대의 나에게 잘 산다는 것은 더 멀리 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멋진 삶을 위해 나는 월급을 털어 사진기를 들고 이곳저곳을 여행했다.

30대의 나에게 잘 산다는 것은 남들보다 더 빨리 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목표를 향해, 작은 성공들을 위해 쉬지 않고 달렸고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50이 넘은 지금 찬찬히 생각해 보면 잘 산다는 것은 더 멀리 가는 것도 더 빨리 가는 것도 아니었다.

잘 산다는 건, 제대로 산다는 것은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었다.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그 사람 속으로, 몸과 마음과 머리를 아프게 하는 그 문제 속으로 그리고 피하고 싶은 그 상황 속으로 한발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 잘 산다는 것이었다.


누군가 "네가 인생을 알아?" 네가 삶의 깊은 맛을 알아?" 하는 질문 속에는 얼마나 그 문제 속으로. 상황 속으로 깊이 들어가 봤느냐 하는 물음이 아닐까!


취업문제로 고민하는 후배와 자녀문제로 골머리를 썩는 동생을 보며 삶의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음을 알았다. 힘껏 응원해 주고 싶었다.


15년째 육체적 질병과 싸우다 보니 이 질병은 자꾸 나를 삶의 깊은 곳으로 끌어당겼다. 인생의 깊은 맛을 보게 했다. 어찌해 볼 수 없는 한계와 죽음의 문턱 앞에 설 때마다 내가 한 줌의 먼지뿐임을 알게 했다.

그리고 눈을 뜨면 구석진 그늘에 겨우 피어난 작은 꽃이 눈에 들어왔다.

세상의 작고 연약한 것들을 보듬고 쓰다듬고 싶은 눈과 마음이 생겨났다.

멀리 가는 것, 빨리 가는 것이 잘 사는 것이 아님을 몸으로 알게 된 셈이다.

문제 속이 존재하는 또 다른 문제들의 무게, 거울 속의 거울을 바라보는 놀라움, 눈보라 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비바람 속에서 느껴지는 평온함 이런 신비한 삶의 맛은 깊이 들어갈 때 알게 되는 아름다운 맛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