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아래

by 정미리

숲으로 이어진 올레길을 걸었다.

깊은 숲으로 들어가면 온도가 내려가니 찬 기운도 올라오고 주위도 어두워지기 마련이다. 발아래 흙도 유난히 더 검게 보였다.

그 검은 땅 위에 잔잔한 하얀 꽃들이 우수수 떨어져 있었다. 가지가 많은 나무에서 떨어진 그 꽃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 발밑의 하얀 꽃은, 검은흙 위에서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숲으로 온 우리를 마중 나온 빛나는 별처럼 보였다.

앞서 가던 방문객은 먼 우주에서 떨어진 별 같은 하얀 꽃을 차마 밟지 못하고 주춤거리며 옆으로 돌아서 갔다.

나 역시 그 꽃 앞에서 저절로 미소가 생겨나 주춤거렸다.

이름 모를 작은 꽃을 밟지 않으려 돌아가는 배려

그 앞에서 주춤거리는 발걸음은 자연 앞에 겸손함이 아닐까?

숲으로 걸어 들어온 방문객을 마중 나온 꽃을 무심히 밟을 수 없어 한참을 들여다봤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방문객들이 내 옆을 조심히 지나갔다.

작은 꽃 앞에 내보이는 나의 마음을 알아봐 주는 다정한 눈길들이다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

누군가에게 작은 선의를 조심히 내 보일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고 싶어지는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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