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아침을 맞다.

by 정미리

새벽부터 서둘렀는데 공항에 도착해서야 문자를 확인했다. "출발지연"

뜻밖의 여유에 커피 향을 따라 카페로 들어갔다.

언제나 시끌벅적한 곳이 공항이다.

여행에 대한 기대와 흥분이 가득한 얼굴들, 서두르는 발걸음마저도 설렘으로 가볍다.


병원을 가기 위해 공항을 갈 때마다, 나도 걱정과 근심을 벗어던지고 그들처럼 설레고 싶어진다.

친구끼리, 연인끼리,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의 기쁨과 설렘이 부럽기만 하다.

시끄러운 웃음소리에 고개를 드니 한 무리의 아줌마들이 주체하지 못하는 흥분과 기쁨을 웃음으로 쏟아내고 있었다.

모두들 그동안의 수고에 대한 뿌듯한 대가를 받기 위해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깔끔한 옷차림의 커리어 우먼이 모닝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젊은 청년은 뜨끈한 가락국수국물을 들이키며 하루를 시작할 힘을 충전하고 있었다.

서서 김밥을 먹으며 비행기를 기다리는 어느 가장의 어깨가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나는 오랜 기간 직장을 다니지 못했다. 10년이 넘게 병원치료를 받아야 했고 나의 건강상태는 수시로 변해서 직장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사회를 구성하고 이끌어가는 소시민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을 느낄 때가 많다.

모두가 부지런히 시간과 싸우며 뭔가를 쌓아 올리는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다시 올라왔다.


커피를 마시며 내가 사는 삶의 방식을 생각해 봤다.

열심히 싸우며 쌓아 올리는 나만의 삶을 생각해 봤다.

병원을 오가며 치열하게 싸우는 것은 질병이 아니다. 고칠 수 없는 병에 대한 두려운 생각들이다.

지난 10년 동안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생각과 싸우며 쌓아 올려진 나의 단단하고 고요한 마음이 떠올랐다.

그리고 오늘도 그 탑을 쌓아 올리려 새벽을 깨운 기특한 내가 보였다.


오늘도 나는 나의 삶을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에 도착한다.

모두가 자신의 삶을 살며 이 사회를 형성하듯 나도 그렇게 이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고 싶다.

또다시 치열하고 부지런한 나의 삶을 바라본다.

공항에서 아침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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