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이다. 하늘도 봄이고 날씨도 봄이다. 내 마음도 덩달아 봄이다.
라디오 진행자가 사연을 읽다 한마디 했다. "꽃 그중에서도 야생화를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놓은 사람들은 분명 50대일 겁니다."
진행자가 50대라 잘 안다고 했다. 50대인 나도 그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나이가 되면 구석진 곳에 핀 잔잔한 야생화가 눈에 들어온다.
누가 알아주지 않지만 매년 봄마다 꿋꿋하게 피어나는 야생화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 작은 꽃이 어느 날 눈에 들어온다면 우리가 인생의 절반은 살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이제 좀 세상과 사람을 안다는 것.
세월의 굽이굽이마다 존재하는 아픔을 알고
세상이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것
더 잘할 수 없는 나의 한계를 알고
부끄러움과 모욕 앞에서도 웃을 수 있고
자존심을 벗어던지는 용기를 알아가는 나이가 됐다는 뜻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며 매년 피어나는 야생화처럼
우리가 그렇게 시간 속을 걸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어떻게 그 꽃이 내 눈에 띄었을까?
구석진 그곳, 그늘진 그곳.
매년 봄마다 피었던 그 꽃이 어느 날 내 눈에 들어왔다면 그건 나 같아서 그랬을 것이다.
작고 미미하지만 힘차게 다시 일어서는 나 같아서
잔잔한 들꽃을 보며 방긋 웃던 얼굴로 나를 보며 방긋 웃는다.
대견하다. 잘하고 있다. 네가 참 곱다 말하며 방긋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