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가 자주 나서 걱정이다.
그 현장에서 불을 끄는 소방관들이 자랑스럽다.
구급차 소리를 들을 때마다 꺼져가는 생명을 붙들고 있는 구급대원들을 생각한다.
그들이 자랑스럽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공부하다 돌아온 딸은 가방을 맨체 마루를 돌아다니고 냉장고 문을 연다.
10년 이상 등에 매달고 사니 이제는 가방이 없으면 등이 허전하다고 했다.
나는 그저 엄마의 자리에서 수고한 딸을 맞이하고 아내의 자리에서 남편을 맞이한다.
가끔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돈을 벌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내 몫의 일을 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 아픈 내가 더 슬퍼진다.
그러나
삶이 내게 맡겨준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은 삶의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놓아 버리고 싶은 순간에도, 인정하기 힘든 그 순간에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용기와 몸부림이 자랑스러움이다.
그것이 땀 냄새 베어나는 진짜 삶의 의미가 아닐까.
세상도, 우리 집도 그래서 살아있는 것이다.
오늘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애쓰고 힘쓴 모두가 자랑스럽다.
그 빛나는 삶의 의미를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