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가 필요한 순간

by 정미리

3개월에 한 번씩 온몸을 검사하고 담당 의사를 만난다.

내 담당의사는 한창 젊고 아담한 체격에 한눈에 봐도 공부를 많이 한 사람처럼 보인다. 공부 말고는 딱히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을 것 같다. 그분은 평범한 얼굴에 겸손한 목소리로 최선을 다해 상태를 설명해 주려한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이 분을 만나기 위해서는 항상 오래 기다려야 한다.

잘생긴 얼굴이 보기 좋다지만 오랫동안 아픈 내가 너무 잘생긴 의사 앞에 선다면 더 주눅이 들 것만 같다.


이처럼 편안한 의사 선생님일지라도, 그분을 만날 때마다 나에게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의사 선생님이 있는 방문을 바라보며 초초하게 내 차례를 기다린다.

내 이름이 화면에 뜨고, 나를 늦게 부르면 그 짧은 시간에도 왜 늦게 부르지? 하고 겁이 난다

또 빨리 부르면 왜 이렇게 빨리 부르지 하고 또 겁이 난다.


그 작은 방문 앞에서 나는 심호흡을 하고 온몸의 용기를 끌어 모은다.

정말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다.

그 문을 열어야 하는 순간


세상에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 얼마나 많을까?

전화기를 들어야 하는 순간

실패한 그 일 앞에 다시 서야 하는 순간

그 사람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

그 소식을 확인해야 하는 순간

용기는 이렇게 삶의 사소한 순간마다 필요한 것이었다.


용기란 단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말 용감하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상시에는 만날 일 없는 단어처럼 특별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생김새와는 달리 용기는 그렇게 거창한 순간에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대단한 용사에게 필요한 단어가 아니었다.


평범한 나에게

금방 주저앉을 것 같은 연약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힘껏 문을 열고 들어간다. 여전히 파르르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그 방에서 젊은 의사가 꾸벅 눈인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