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왔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언젠가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 말이 생각났다.
사랑하기 때문에 절망하는 것이다.
존엄을 믿기 때문에 고통하는 것이다.
우리의 고통이야 말로 열쇠이며 단단한 씨앗이다.
고통이 인생의 열쇠다. 나를 자라게 하는 씨앗이다.
이렇게 온기라고는 한 톨도 없는 잔인한 말이 있나?
고통 속에 있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들이미는 너는 도대체 누구냐?
날카롭고 차가운 고통의 씨앗은 왜 연한 내 살 속에서 자라려고 할까?
고통이라는 단단한 씨앗이 연한 내 살을 뚫고 나오려고 하니
너무 아프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프다.
영혼도 아프다.
나라는 온 우주가 아프고 슬프다.
벚꽃 만발한 봄은 아프기에는 너무 힘든 계절이다.
온 천지에 벚꽃 날리는 이 계절에 내 연한 살 속에서 고통이 싹을 띄우며 올라온다니
아무리 봄이라고 해도...
그 씨앗이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마스터 키라고 해도 나는 받고 싶지 않다.
나는 인생의 열쇠가 필요 없는데
딱 맞는 열쇠가 없어도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이문 저문 두드려보며 살고 싶은데
왜 꼭 맞는 열쇠를 나에게 찾으라고 할까?
왜 꼭 맞는 열쇠를 건네주려 할까
고통이라는 이름으로
너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