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랑은 들리고 보이는 법

by 정미리

지난주 검사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10년을 걸어도 끝이 안 보이는 이 길이 지치고 힘들다.


어제저녁 친한 선배와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꽃구경 가자고...

마음이 바닥에 붙어버린 나를 위해 바쁜 일정과 저녁 모임 다 취소했음을 안다.

그렇게 나에게 달려오는 마음들

나도 넙죽 받았다.


늦은 저녁, 선배 차를 타고 제대입구로 벚꽃구경을 갔다.

40년 전에 심었다는 벚나무는 하늘을 가릴 만큼 꽃터널을 만들고 있었다.

따뜻한 봄밤, 보름달이 훤한 밤, 꽃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높이 솟은 가지마다 한가득 꽃이 피니 하늘이 보일락 말락 했다.

하늘 위로 가득 피어난 꽃 무더기를 황홀하게 감탄하며 걸었다.

커다란 보름달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한 경이로운 꽃길이었다.


하늘을 향해 꽃 사진을 찍다가 우리 얼굴도 찍고 싶었지만 방법을 알지 못했다.

옆을 보니 젊은이들이 핸드폰을 아래로 잡고 렌즈를 자신들 쪽으로 바꿔 찍고 있었다.

우리도 얼른 따라 했다.

꽃더미 속에 우리 얼굴을 들이밀었다. 너무 큰 얼굴에 서로 화들짝 놀랐다.

평균나이 53살인 아줌마들이 그렇게 사진을 찍으며 웃고 놀았다

새하얀 꽃무더기 속에 보름달만 한 세 아낙네의 얼굴이 둥둥 떠오를 때마다 놀라고 웃겼다.

바닥 조명 위에 핸드폰을 올려놓고 더 이쁜 각도를 찾느라 얼굴을 들이밀고 빙빙 돌았다.

어찌나 우습던지 눈물이 다 났다. 우리가 청준이다 하며 놀았다.

젊은 대학생들이 이상하게 쳐다볼만큼 우린 주책이었다.


꽃길 노점상에서 프리지어도 한 단씩 샀다.

하얀 꽃길 속에서 노란 프리지어 향이 달콤했다.

노란 꽃을 든 하얀 봄밤이었다.


사랑은 증명되는 것이다. 아무리 감춰도 보이는 것이다.

하나님이 나를 향한 사랑은 이 두 사람 속에서 또 드러났다.

달밤에 꽃구경하며 눈물 나게 웃는 웃음소리 속에서 내게 들려왔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 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려왔다.

이 사랑은 아무리 감춰도 들리고 보였다.

진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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