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다정해지기

by 정미리

오늘도 비행기가 지연 됐다.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이런 날은 할 일 없이 앉아 공항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비행기 티켓 검사를 위해 줄을 섰다.

양손에 물건을 잔뜩 든 아줌마가 직원을 향해 종이티켓을 내밀었다. 티켓을 검사한 직원은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티켓을 도로 가져가라고 아줌마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것저것 잔뜩 든 아줌마는 손이 모자라 보였다.

그 바쁜 손에 티켓을 쥐어줄 수는 없을까? 저렇게 무심하게 턱을 까닥거려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신체 접촉이 조심스러운 부분임을 안다.


30분 이상 지연된 비행기를 기다리며 문득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해 봤다.

안구건조증이 심해 핸드폰 보기가 힘들고 시간이 많으니 저절로 철학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은 대의를 위해 싸울 일도 정의를 위해 뜨겁게 일어서야 할 일도 적은 시대다.

평온한 시대다.

앞서간 사람들이 피를 흘기며 이 행복한 시대를 우리에게 남겨준 것이다.

인간의 인간으로서 대우받고 존중받는 시대에 살고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거저 받은 이런 평화의 시대에 상대방을 향해 조금만 더 친절하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더 다정하면 정말 좋겠다.


길게 선 줄에서 비행기 시간이 급한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해 줄 수 있어 기쁘다.

서툰 영어로 부탁하는 어느 중국인에게 웃으며 앞으로 가도록 손짓해 줄 수 있어 기쁘다.

이런 마음이 어느 날은 내게 더 따뜻하게 돌아올 것을 알기에 더 기쁘다.


처음 보는 그들과 다정하게 눈 인사 할 수 있어 또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