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 부리는 4월

by 정미리

아침에 딸아이를 태우고 학교로 가고 있었다.

낡고 파란 트럭, 이것저것 차별 없이 실고 10년은 달렸을 것 같은 트럭이 내 앞에 가고 있었다.

그 트럭 짐칸에 꽃 한 송이가 꽂혀 있었다.

달리는 차가 일으키는 바람을 등지고 꽃은 흔들리지 않는 척, 이쁜 척을 하고 있었다.

낡은 트럭 짐칸에 도도하게 꽂여 있는 꽃 한 송이.

손가락으로 운전대를 두드리며 흥얼거리는 저분은 멋을 하는 아저씨가 분명하다.


삶 속에서 저런 멋을 부릴 줄 안다면 사는 것이 참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저런 소소하지만 기발한 멋을 부릴 줄 안다면...

힘들고 지루한 삶 속에 겹겹이 숨겨진 멋을 찾는 기쁨이 쏠쏠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낡은 트럭 뒤를 쫓아가며 나는 꽃구경을 했다.

남들은 모르는 나와 그 아저씨만 아는 멋을 누렸다.

기쁜 일 많지 않아도, 힘든 세상에서 소낙비 맞으며, 바람맞으며 가도 저런 멋 하나쯤 부릴 수 있으면 좋겠다.


고등학생 딸아이는 아침부터 요란하게 화장을 하고 있다.

늘 잠이 부족해 아침이면 눈이 다 붙어 학교 가는 아이가 웬일로 화장을 하는지 물었다.

"오늘 친구들과 벚꽃 사진 찍을 거야!"

딸아이는 요리조리 거울을 보며 대답한다.

공부의 무게에 짓눌려도 계절마다 기필코 멋을 부리는 딸이 이쁘다.


도로 양옆으로 길게 뻗은 벚나무들이 한창 멋을 부리고 있었다.

바쁘게 출근하는 사람들의 옷차림에서도 살짝살짝 부린 멋이 보인다.

4월이 되니 다들 멋을 부리고 있었다.

딱히 갈 곳 없는 나도 이 봄에는 멋을 부려봐야겠다.

낡은 트럭에 꽂힌 꽃처럼, 내 삶 속에 숨어 있는 기발한 멋을 찾아봐야겠다.

그 멋을 부리며 이 봄날을 걸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