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을 줍다

by 배귀선


가로수 그늘 뒤집어 쓴

빨간 조끼 서넛, 종량제 봉투처럼 바스락거린다


늦봄 꼬리까지 얹어

저울에 달아도 무게가 나가지 않을 것 같은 세월

마스크에 가려져 있다


얼마나 침을 모아야 침묵이 되는가


혀 밑을 갈근거리는 굽은 살구나무

무릎을 펴면 닿을 것도 같은

시큰한 가지와 가지 사이

서쪽 하늘 넘어다본다


아직 몇 매달려 있는

살구알 같은 노인의 집게에 집혀

쓰레기봉투에 담기는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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