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by 배귀선


오월쯤이었을 겁니다. 팔 벌린 가지에 지은 집은 사방이 휑한 원두막이었습니다. 이웃이 그리웠을까요. 소나무 가지 사이로 어린 것의 맨살이 송송하였지요.


밤새 내린 비 궁금해 뒷산 핏빛 물드는 능선의 털이 곧추서 흔들립니다. 갈참나무에는 수리부엉이 한 마리 허공을 움켜쥐었고요.


흙벽 무너져 한뎃잠 자던 유년의 밤에 짚 다발 깔아주던 어머니처럼 따오기 서둘러 제 새끼를 양 날개로 가립니다.


일순, 허공을 박차는가 싶더니 따오기 등에 내려꽂히는 발톱, 무너진 벽이 어머니 탓이라던 주인집 영감처럼 어미를 물어뜯습니다. 그때처럼 짱돌을 들었다 놓았는데요.


어미 날개 속 숨은 새끼 한 마리 허기에 낚아채어 사라집니다. 남은 새끼 한 마리가 내 처지일 것도 같아 오랫동안 서 있었던 것인데요. 수컷인 듯 산 넘어온 따오기 한 마리


무덤이 된 둥지에서 남은 새끼 깊게 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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