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을 떠올리며
1969년 엘살바도르의 축구 대표팀은 월드컵 예선을 위해 온두라스에 도착했다. 경기 전날, 온두라스의 응원단은 엘살바도르의 선수들이 묵고 있는 호텔을 찾아가 소란을 피우며 그들의 숙면을 방해했다. 애석하게도 그 뒤로 이어진 2차전에서는 엘살바도르의 팬들이 동일한 방식으로 온두라스의 선수들을 방해했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에서는 유명 학원의 등록을 위해 추운 날씨에도 많은 학부모들이 학원 앞에 긴 줄을 선다. 자신의 자녀가 수업을 듣기 좋은 강의실 자리에 앉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이처럼 한정돼 있는 좌석과 선착순이라는 등록 방식은 학원가에 '줄 서기 대행'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알바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학생들의 성적 경쟁에 학부모들의 시간 경쟁이 덧붙여진 셈이다.
짧은 이 두 가지의 사례로 '경쟁'을 논하기란 부족하다. 그러나 '경쟁'이라는 두 글자의 이 단어가 현재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보게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경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라이벌이 필요하다
경쟁과 함께 흔히 수식되는 단어는 '라이벌'이다. 경쟁에는 일반적으로 대상이 필요하고 경쟁이라고 느낄만한 일에는 비등한 실력을 가진 상대가 필요한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쟁과 '라이벌'이 함께 사용되는 것은 단어의 필연성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에서 한 가지 호기심이 생긴다. '대상'을 필요로 하는 경쟁의 특성으로 두 단어 간의 필연성이 생겨난 것이라면 반대로 '경쟁'이라는 '개념'을 필요로 하는 '라이벌'도 두 단어 간의 어떠한 관련성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 점에 관해서는 더 많은 숙고가 필요하겠지만 라이벌의 어원을 통해 한 가지 관련성을 발견해 보고자 한다.
라이벌의 어원
(라틴어) (영어)
'rivas' --> 'rivalis' --> 'rival'
'rivas' : 강
'rivalis' : 반대 강변에 위치해 동일한 강물을 쓰는 다른 집단
'rival' : 경쟁자
해석 : 강의 양 변; 서로의 맞은편에 있던 사람들은 매일매일 발전해 가는 서로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강 너머로 서로의 발전을 보며 경쟁에 대한 자극을 쉽게 받을 수 있었다. 어떤 날에는 반대 마을의 모습이 자신들보다 나은 것 같아 보여 속이 쓰라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때면 그들은 자신과 가족들이 사용하고 있는 물이 서로 같은 곳에서 나오고 있음을; 서로가 같은 자원을 사용하는 '공생'의 관계임을 떠올릴 수 있었다. 강이 만들어낸 간격과 '강물'이라는 공동의 자원은 서로를 경쟁하게 하는 것과 동시에 그것이 심화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완충제와 같았다. '강'의 간격은 그들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제시하는 것일 수 있었고 같은 물을 마시는 것은 그들에게 서로 간의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재료였을지 모른다.
작자의 생각
이제 호기심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고 싶다. 'rival'의 어원이 제시하는 경쟁과의 관련성은 무엇일까?
초등 어휘에 속할 이 영단어가 함축하고 있는 경쟁에 관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rival'이라는 영단어가 경쟁에게 가진 관련성은 단어의 보완성일 것 같다. '과열'과 '심화'가 아닌 '공생'과 상호 간의 '건전한 자극'이라는 'rival'의 메시지는 경쟁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넓혀주기 충분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 단어가 기초어휘로 여겨진다는 것은 경쟁에 대한 우리의 기본적인 이해에 'rival'의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닐까.
도형의 양 변은 늘 마주 본다. 그와 같이 강의 양변도 늘 마주 본다. 그렇기에 고대의 그들도 서로를 마주 보았다. 현대의 우리는 어떠한가? 경쟁하고 있는 상대를 마주 보고 있는가? 요즘의 경쟁에선 척을 졌다는 의미의 양극화가 많이 보이는 것 같다.
한영사전에 'rival'을 검색하니 '경쟁자'라는 번역이 보인다. 그 번역 앞에 괄호를 넣어 보는 것은 어떨까, '(선의의) 경쟁자'라는 번역이 조금 더 인간다운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