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라는 연습

by 조민규

어떤 목표를 갖고 계신가요?


초, 중, 고등학교를 거치며 늘 배워왔던 과목들이 있다. 그 속의 내용만 심화되었을 뿐 ‘수학, 영어, 역사, 국어, 과학’과 같은 필수 과목들은 늘 학업에 따라오는 오래된 학우였다.


그러나 내 학창 시절을 꾸준히 따라다니는 한 가지 수업이 더 있었다. 물론, ‘국영수’라는 절친한 녀석들만큼은 아니었지만, 시간마다 질문이 수두룩 적힌 종이를 나누어 주고 대답을 요구하던 ‘진로’ 시간이었다. 진로 시간에 들어본 친구들의 장래희망 내지 미래에 대한 소망은 다양하면서도 막연한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 부자가 되는 것‘ , ’ 사회에서 존중받는 직업을 가지는 것‘ , ’ 복권에 당첨되는 것‘ , ’ 건물주가 되어 임대료를 받는 것’과 같은 대답들이었다.


철없고 사회의 냉정함을 모르던 어린 시절이었지만, 그 시절의 우리는 이미 ‘돈’이 인생의 가치를 좌우한다는 사회의 관념을 학습한 뒤였다. 그러나 직업과 이윤을 동시에 고려하는 모습은 반대로 우리가 현실적으로 삶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리고 단순하고 허무맹랑한 그 대답들 속에는 한 가지 공통된 바람이 담겨있었다. 바로 ‘행복‘이라는 소망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의 우리는 추구하고 바라는 것들이 조금씩 달랐을 뿐 ‘행복’한 삶을 꿈꾼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러니까, 우리는 ‘성공’이라는 장래희망 속에 ‘행복‘이라는 꿈을 담았던 거다. 의사 알베르트 슈바이처는 이렇게 말했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성공이 아니라 행복”이라고. 그의 말처럼,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가 ‘행복’이라면 이 단어 속에 담긴 뜻을 잠시 생각해 보는 것도 유익하지 않을까.


‘happy’의 어원


(Middle ENGLISH)

‘hap’ —> ‘happy’ [1520s] —> ‘happy’ [Modern]


Hap : (행) 운, 기회

happy [1520s] : (매우 만족스러우며 기쁜) 상태

happy [Modern] : 행복


‘행복’은 ‘행운’이었다


현대의 사람들은 시기와 기회를 잘 만나 ‘성공’을 이뤄낸 사람들을 두고 종종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그러나 행복한 사람을 일컬어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현대의 우리에게 있어 ’ 행복‘과 ’ 행운‘은 엄연히 다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세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행복한 사람‘이란 ’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들에게 ‘행복’과 ‘행운’은 동의어였던 것이다. 행운의 개념을 생각해 본다면, 행운은 찾을 수 있거나 쟁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불특정한 누군가에게 ‘찾아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세 시대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행복이란 행운과 같이 ‘찾아오는’ 것이었다. 또는 ‘기회’를 만나야만 잡을 수 있는 조건부적인 상태 또는 감정이었다.


‘행복’하려는 노력


그러나 1520년대를 기점으로 행복의 의미는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된다. 바로 ‘만족’이라는 감정이 행복의 범주에 들어온 것이다. 그때까지 행복은 그들에게 ‘행운’과 같았다.


그러나 ‘만족’이라는 감정은 달랐다. ‘만족‘은 ’ 행운‘과 달리 그들이 생활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었을 때, 바쁜 일과를 보내고 편한 휴식을 취할 때, 화창한 날씨에 산책을 나갈 때와 같이 ‘만족’은 찾으려 한다면 분명 찾을 수 있는 어둠 속의 별과 같은 것이었다. 즉 그들에게 행복은 ‘찾아오는 것’에서 ‘찾아내는 것’ 또는 ‘찾을 수 있는 것’이 되었다. 더 이상 그들은 행복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제 행복을 찾고 손에 쥐는 사람들이었다.


문득, ’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작은 것들로부터 행복을 느낀다는 뜻의 그 단어에서, 현대의 우리도 중세사람들과 별 반 다를 것 없이 여전히 행복을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행복‘이 모두의 꿈이라는 것을 알기에 과거의 사람들과 동료감을 느끼기도 한다. 행복에 담긴 의미처럼 오늘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글을 끝맺으려 하나, 글을 매듭지을 문장을 짓지 못했다. 하여 오늘은 알베르 카뮈의 문장을 빌리고자 한다. “행복이란 큰 기쁨이 아니라, 사소한 것들 속에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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