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공상의 집합체
근 몇 년 사이로 ‘AI’ 시장은 팽창에 팽창을 거듭해 왔다.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지기만 했던 ‘AI’는 어느덧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많은 도움을 주는 장치이자 감정적, 경제적 조언까지 해줄 수 있는 하나의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변모해가고 있다. 특히 이번 연도에 들어서는 ‘피지컬 AI’라는 테마가 급부상하여 우리에게 친숙했던 로봇의 비약적인 발전과 상용화가 기대되고 있다. 학생 시절, 교과서에만 배워왔던 ‘로봇이 인간의 일을 전면적으로 대체할 것‘이라는 미래 지향적 사고가 어느덧 현실로 다가오고 왔음을 부쩍 실감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로봇’이라는 단어는 비교적 오래전부터 우리의 삶에 익숙한 개념이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흔히 무뚝뚝하거나 인간미가 없는 사람을 두고 ‘로봇’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로봇’을 보편적인 단어로서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로봇’이라는 ‘말’을 언제부터 사용하기 시작했을까, 그리고 그것이 담고 있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짧은 시간을 빌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로봇’의 어원
(체코어) (영어)
Robota * —> Robot
Robota : 강제 노동, 노예
*robit (동사형) : 일하다
‘Robot’의 출현
‘로봇’이란 개념은 1920년대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의 희극 ‘R.U.R’에서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오늘날 우리는 robot을 “기계”라고 생각하지만, 처음 R.U.R. 에 등장한 로봇은 금속 기계가 아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생물체였다. 이들은 인간처럼 생각하고 말하지만 감정이 없도록 설계된 오직 ‘노동’만을 위해 만들어진 생물체로서 사람들은 철저한 효율성과 생산성을 위해 이들이 스스로의 욕망이나 권리를 생각하지 않도록 설계하였다. 즉 ‘로봇’은 체코어의 어원적 의미와 일치하게 고된 ‘노동’을 수행하는 객체인 것과 동시에 노동을 그 어떤 불만과 권리 없이 수행하는 하나의 도구였다.
어디까지의 ‘Robot’
‘일’에서 우선시되는 것은 단연 ‘높은 효율’과 ‘생산성’이다. 하지만 ‘일’이란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기업의 이윤과 노동자의 복지 안에서 어느 선까지 효율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있는 문제이다. 회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퇴근 후 친구와 간 식당에서 5명 남짓의 회사원들이 옆 테이블에 앉았던 적이 있다. 그중 까만 안경에 회색 티셔츠를 입은 한 명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는데, 이야기 도중 그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말을 쉽사리 잇지 못했다. 그러자 함께 앉아 있던 동료들이 그 남성을 달래기 시작했는데 그중 한 동료가 그에게 정신과 약을 복용해 보기를 권하며 자신 또한 약을 복용하고 있다 고백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 있다. 그들은 ‘로봇’이 아니었지만 ‘일’을 지속하기 위해 울음이 날 것 같은 ‘감정’들을 알약 하나로 눌러가는 또 눌러갈 사람들이었다. 이 글을 통해 사회에 있는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노동’에 관하여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생계를 위해 하고 있는 ’일‘이 우리에게 얼마큼의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잠시라도 떠올려 보고자 할 뿐이다. 개인마다의 편차가 있겠지만, 우리는 사회 초년생부터 효율을 위해 감정을 억누르고 때로는 그것을 배제하는 방법을 당연한 것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숨을 참고 뱉는 고래와 달리 우리는 숨을 참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오늘은 왠지 ‘휴머노이드 로봇’이란 산업용어가 씁쓸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