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른 해안가
바닷물은 속이 비췰 정도로 투명하고
이곳은 휴식을 취하러 나온 현지인들과
적당한 수의 관광객들이 어우러져
붐비지도 그렇다고 한적하지도 않은
적당히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다.
웅이랑 손잡고 바닷가 쪽으로 더 다가가 본다.
그랬더니 바닷가 절벽 바위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듯한
수상스러운 이 기운은 뭐지.
하는 찰나에 나타난 바다 다람쥐들.
한 마리…두 마리…열 마리.. 스물..
아니, 많아도 너무 많은데-
세는 건 포기하자.
이 작고 귀여운 생명체들은 바닷가
절벽 바위 곳곳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 살아 그런지
우리에게 다가오늘 걸 겁네지 않는다.
내게 다람쥐는 ‘숲 속’ 혹은 ‘나무’와
어울리는 이미지로 새겨져 있어서 그런지
생소하고 어울리지 않은 바다 다람쥐들의
등장에 황당한 웃음이 얼굴에 퍼진다.
한동안 다람쥐들에게 시선을 빼앗긴 웅이와 나.
이제는 웅이에게 저 물가 쪽으로 더 가보자고 한다.
그랬더니 웅이는 아니란다.
“우리 다람쥐 먹이 있어요?”
“음, 차에 견과류가 있긴 한데
그럼 차로 다시 갔다 와야 하는데…”하는
나의 대답에는 굳이 또 한 번 차를 왔다 갔다
해야 하나 하는 망설임과 귀찮음이 녹아있고
“갔다 오면 되지.” 하는 웅이의 대답에는
이 눈앞의 바다 다람쥐들에게 먹이주며
제대로 더 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이런 일상의 자잘한 고민에는
무조건 웅이 말대로 된다.
이유는 이런 상황에서
웅이가 뭘 하겠다 하면 진심이고
정말 제대로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즉, 놀고 장난치는 것에 진심인데
이 모습을 보는 게 나는 좋기 때문이다.
견과류 통을 들고
다람쥐들 앞에 나타난 웅이의 모습.
전쟁터에서 무적의 방패와 검을 들고 나타난
기세등등한 기사처럼 어깨가 아주 활짝 펴있다.
먹이를 쥐고 있다는 특권을 활용해
줄듯 말 듯 다람쥐들을 장난치며
아주 신나게 아몬드 배급 놀이를 하고 있는 웅이.
"자, 아몬드 받고 싶으면 줄 서 다들!'
"너는 아까 먹었으니까 안돼, 네가 좀 말랐네. 일로와“
다람쥐들과의 일방적인 수다도 오간다.
‘노는 게 제일 좋아’의 뽀로로 만화를
눈앞에서 지켜보듯 나는 웅이와 다람쥐들을
그리고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을 마음속에 담아 간다.
이 귀여운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