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차 라스베이거스를 오게 되었다.
숙소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
웅이는 낮잠을 잘 여유가 생겼고-
자고 일어나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호텔 안을 걸었다.
라스베이거스 호텔은 대부분 카지노를
끼고 있어서 그런지 아주 넓다.
웬만한 프랜차이즈 식당들이 호텔 안에
있어 편하게 테이크아웃 혹은 숙소에서 내려와
간편하게 먹을 수 있고 오락실, 영화관, 헬스장, 수영장까지-
물론 엄청난 규모의 카지노에는 술을 마시며
혹은 담배를 피우며 오락을 즐기시는 분들이 많다.
웅이와 나는 아직 닫지 않은 수영장으로 가서
선베드에 나란히 누워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호텔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신나는 음악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가 나누던 대화에서 시작된 것인지 몰라도
별안간 ‘클럽’이란 소재가 우리 사이에 오갔고-
생각해 보니 오늘이 바로 ‘토요일 밤’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있는 곳은 유흥과 나이트클럽으로
유명한 도시, 바로 '라스베이거스'가 아니던가.
“클럽 가고 싶어?” 내가 묻는다
“흠… 근데 우리 둘이 가는 건 좀 그래.
클럽은 친구들이랑 여러 명이서 가는 게 재밌지 않아?”
“왜, 어때서- 여기 J네 부부는 둘이서도 잘만 클럽 다니는 것 같던데.”
“그렇지..”
하는 웅이의 마무리 답변에 나는 생각한다.
나는 정말 웅이가 클럽에 간다고 하면
나 역시 가고 싶은지. 그리고서 우리 사이에는
각자의 고민과 생각이 뒤섞인 듯한 침묵이 흐르고
내가 먼저 웅이에게 묻는다.
“이제 방으로 올라갈까?”
호텔 방으로 올라가는 길에 웅이는 말한다.
“사실 클럽을 친구들과 가야 재밌는 것도 사실이지만,
S랑 가도 상관없어. 그런데, 아… 왜 이렇게 예전 같지 않지?
지금은 뭐랄까. 그 막 가고 싶다! 하는 느낌이 안 들어.”
나의 정곡을 찌른 듯 나와 같은 심정을 내뱉는
웅이의 말에 대답한다.
“사실, 나도 그래. 한창 술자리도 잦고
클럽도 다니던 시절에 느끼던 열정과 감정이
지금은 많이 사라진 거 같아 “
시간을 거슬러 20대 어느 한 구간으로 되돌아가
그때 주말이 가지는 의미를 회상해 본다.
오늘 밤거리로 나가면 새롭게 만나게 될
인연에 대한 두근거림과 설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긴장감이 살아있는
썸남과의 문자 메시지.
드라마보다 재밌는 친구의 연애사에
수다가 끊이지 않던 밤들이-
주말을 풍성하게 채워놓았던 시절이 놓여있다.
친구와 나 그 누구라도 먼저
“뭐 해?” 하면
“딱히, 이따 만날까?”
“그래” 하는 단순한 대화에 이은 즉흥적인 만남.
만나서 커피를 마시든, 술을 마시든
그냥 뭐든 재밌었다.
그 시절이 그 나름의 멋과 재미를 주며,
동시에 시련과 상처도 주며
강렬하게 우리 인생을 휘저었다면-
지금은 파도가 철썩철썩 오가는 인생을 사는 것 같다.
어느 날은 작게 혹 어느 날은 크게 치는 파도.
그렇지만 일정한 흐름이 분명히 존재하는 파도.
지금도 좋지만 그때의 좋음은 다른 것이었으리라.
인생에서 중요하고 설레는 포인트들이
달라졌을 뿐이다.
'그래도, 죽기 전에 Tiesto 풀파티는 꼭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