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통 없이 수년을 지내온 나로서 뒤늦게
30대가 되어서야 생리통이 시작된 것도
참 이상할 노릇이다.
나이를 먹어가며 몸에 분비되는
호르몬의 영향도 있을 테고 세월에 따른
몸의 갖가지 변화들이 엉키고 섞여 일어난
반응들일테지만 이제껏 마법의 고통을 겪고
살아온 적이 없던지라 내 몸의 새로운 변화가
궁금했던 나는 요 근래 몇 년 간 마법이 시작되고
마칠 때까지의 내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꾸준히 지켜봐 왔다.
지켜본 결과, 마법이 시작되면 단순 아랫배의 통증은
당연하거니와 평소와는 다르게 몇 배는 무겁고
피곤함을 느낀다. 안 그래도 잠이 많은 나라서
평소 루틴의 8시간 수면 이상을 자고서 더 잘 수야
있을까 싶지만 이 시기에는 낮잠도 자 줘야 무거워진
몸이 좀 더 개운해진다.
잠을 이겨내려 마시는 모닝커피도 이때는 소용이 없다.
그래도 일 년에 한두 번도 아니고
매달마다 정기적으로 오는 마법의 주기에
소파나 침대에서 마냥 늘어져 있을 수만은 없다.
그런데 아랫배의 통증은 여전히 신경 쓰일 만큼
지속되는 상태에서 나의 뇌는 뭔가를 심오하게
집중해서 처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란 걸
본능적으로 느낀다.
그러다 이번엔 ‘쿠키를 구우면 좋겠군’
하는 생각이 번뜩 머릿속에 떠올랐다.
좋아하는 재료들을 냉장고와 선반에서
쏙쏙 가져와 주방에 늘어놓는다.
저번에는 호두를 넣고 만들었던 쿠키를
이번에 초코칩을 넣어본다.
흠, 오트밀을 넣는 건 식감에 대한 리스크가 있지만
그래도 한번 도전해 본다.
시나몬 맛이 더 강하면 좋을 것 같아
시나몬 가루는 평소에 넣던 분량보다
훨씬 많이 톡톡 뿌려 넣는다.
그리고 손으로 오물조물 쿠키도우를 뭉쳐
동글게 동글게 손바닥으로 굴린다.
동글해진 귀여운 쿠키볼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눌러 납작하게 쿠키 모양을 만들어 본다.
어느새 한 시간이 휘리릭.
오븐에 차례차례 구워낸 세 종류의
모양도 맛도 각기 다른 쿠키들.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아직 열기가
살짝 남아있는 따뜻한 쿠키 조각 한 개를 집어 든다.
코코넛 우유 한잔과 함께 식탁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야금야금 쿠키를 먹는다.
방안 가득 달달한 쿠키향이 퍼지고
쳐져있던 내 몸과 정신은 어느새 일상의
활기를 되찾아 뭐든 다시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 같다.
쿠키 한 조각의 움직임이
이렇게 크나 큰 것이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