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의 일터 근처에 조용히 작업을 하기 좋은 곳이 있어 종종 혼자서 걸어오는 장소가 있다.
걸어서 10분정도 걸으면 그 장소에 다다르는데 도중에 교회가 한 채 있다.
그리고 이 교회 부근을 지날때마다 60대 중후반에서 70대로 보이시는 노숙자 할머님을 자주 마주친다.
처음에는 노숙자인줄 몰랐지만 어느날 주변에 펼쳐진 마트 카트에 담긴 엄청난 양의 짐덩이와 교회 앞 나무 아래서 자는 것을 여러 차례 보고서 노숙자가 맞다는 걸 알아차렸다.
미국이란 땅덩어리는 넓디 넓고 지역별로 노숙자의 형태도 참 다르다.
뉴욕을 차로 횡단하는 과정에서 주유하려고 들른 어느 지역에서는 편의점에 들어서자마자 심상찮은 분위기를 느꼈다. 뭔가 옷은 깔끔하지 않고 사람들의 표정도 자연스럽지 않고 행동도 뭔가 느리고 무튼 여러모로 평범하지가 않았다. 글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약을 한 사람들이 분명하다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거리에 나와도 편의점에서 본 사람들과 비슷한 정신이 또렷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느꼈다. 뭔가 심상치않음을 느끼고 현재 위치를 구글에 검색해보니 이 동네는 ‘마약’ 소굴로 아주 유명한 동네였다.
교회 노숙자 할머님은 확실히 이런 마약을 한 노숙자의부류와는 다르다. 어느 날은 어디서 받았는지 몰라도 독서 삼매경에 빠져 계시고 어느 날은 잡지를 살펴보시기도 한다. 어느 날은 다른 노숙자로 보이시는 분과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기도 하시고 혹은 노숙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신다. 더워진 여름 날씨에 바로 옆이 도로일지언정 넓게 펼쳐진 나뭇잎을 그늘막삼아 나무 아래서 평화롭게 낮잠을 자고 계실때도 있다.
대게 약을 한 노숙자를 만나면 그 사람이 아무리 제정신이 아니고, 행동도 굼떠 느릴지 언정 겁이 덜컥 난다. 더욱 심각한 상황은 약을 해서 정신과 행동이 느려지는게 아닌 극도로 흥분해 소리지르거나 욕을 하는 케이스의 노숙자들인데 이럴땐 사실 얽히는 게 좋지 않기 때문에 쫄보인 나는 길을 돌아가더라도 피하고 보는 편이다.
그런데 이 교회 노숙자 할머님은 다르다. 독서를 즐기기도 하시고 새로운 낯선 인물들과 대화를 자주 나누시는 걸 보면 사회성도 좋으신 듯 하다. 대게 노숙자들은 특정 지역에 모여 종종 단체 생활을 하는데 이 할머님은 단독으로 생활하시는 듯 하다. 여러모로 뉴스나 기사에서 보여지는 위협적인 노숙자들의 형태와는 다른 모습이다.
인간의 형태가 다양한 것처럼 노숙자가 많은 나라이다 보니 노숙자의 형태도 다양한 미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