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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집사 Nov 13. 2024

쌀은 몇 번 씻는 거예요?



개인적인 일정으로 한국을 잠시 들어가게 되면서 5년을 풀로 함께 붙어 여행 다니고, 먹고 자고 생활해 온 웅이랑 처음으로 한 달여간 떨어질 일이 생겼다. 한 달은커녕 일주일도 떨어진 채 생활해 본 적 없는 웅이랑 처음으로 겪는 따로 살이.


웅이와 나는 진지하게 연인으로 지내기 시작하면서부터 함께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러다 보니 결혼 전 동거 개념보다는 여행을 하다 보니 붙어지내게 된 케이스다. 아침에 눈뜨고 먹고 생활하고 일할 때마저도 종종 붙어있으니 말 그대로 정말 하루 내내 붙어서 지내는 셈이긴 하다.


각자 직장생활을 하는 부부에 비하면 우리가 함께 붙어지내는 절대적인 시간의 양은 다른 연인들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을 수밖에 없다.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종종 함께 얘기 나누곤 한다.

‘한 이십 년 부부 생활해 온 사람들의 시간이랑 우리가 오 년간 붙어 지내온 시간을 절대적으로 따져보면 비슷할 거 같은데’라고 말이다.


그런 웅이랑 처음으로 떨어져 지내게 되어 보다니, 내가 가장 걱정되는 건 ‘밥’이다.

그래서 집을 나서기 앞서 웅이 혼자서도 집밥을 잘 차려먹을 수 있게 웅이를 위한 주방 세팅을 해본다.

투명한 뚜껑을 가진 반찬통을 사용해 웅이가 원하는 반찬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다시 반찬을 옮겨 담고,

담은 반찬통들의 배치도 손쉽게 꺼낼 수 있게 보이는 곳에 잘 둬본다.


거창한 요리는 웅이가 하지 않겠지만, 간단한 고기 정도는 구워 먹을 테니 소금, 후추 등을 포함한 간단한 조미료들을 보기 쉽게 필요한 것만 꺼내두고 쓰지 않을 것들은 정리해서 찬장 안에 넣어둔다.

최대한 단순하고 가시성이 좋게 주방 용품들을 배치하고 필요한 것만 남겨둔다.


전기밥솥, 에어프라이어 등 주방용품의 사용법은 따로 불러서 구두로 설명을 해주고 웅이는 성실하게 동영상으로 나의 설명을 담는다. 근데 웅이의 성실한 태도와 다르게 나는 어찌 뭔가 느낌이 온다.

내가 없는 첫날부터 웅이에게 전화가 올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웅이가 내뱉을 질문까지도 말이다.


‘S야, 쌀은 몇 번 씻는다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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