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간의 긴 웅이의 출장 일정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다음날 웅이와 함께 곧바로 한인마트로 달려갔다. 카트 가득 한국식 밑반찬 재료들을 수북이 담아 계산을 하고 나니 카운터 직원분께서 일정 금액 이상을 사서 그런지 몰라도 사은품 마냥 초코파이 한 박스를 선물로 주셨다.
웅이는 초코파이를 선물 받아 기분이 좋고, 나는 이 수북한 음식 재료들을 가지고 만들 한국 음식들에 기대를 부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직후 이틀 내내 잠자고 밥 먹는 시간 빼고 주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사온 재료들 청양고추, 파, 양파, 무, 갓 등을 손질하고 양념을 해서 만들 수 있는 김치 종류를 다 만들었고
다른 한국의 그리웠던 밑반찬 거리도 덤으로 몇 개 만들었다. 이틀 동안 주방에서 요리하는 화석 마냥 하루종일 요리를 했더니 반찬이 뚝딱 12개가 만들어졌다.
덕분에 우리 식탁은 고기만 구워도 푸짐하게 먹을 수 있을 만큼 한국식 반찬들로 풍요로워졌고, 내 속 장기들은 다시 속 편하고 익숙한 음식이 들어오는 걸 금쪽같이 눈치채서는 소화가 다시 잘 되는 몸으로 복귀가 되었다.
해외여행을 줄곧 다니면서 느낀 건 웅이와 나는 나름 한국 음식을 먹지 않고 한 동안은 잘 버틸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런데 아니었다 보다. 여행 중 집밥을 못 먹은 지 한 달이 되어가자 내가 먼저 ‘웅아, 이제 슬슬 우린 다른 건 몰라도 김치는 사서 먹자.’ 하며 덴버에서 급하게 한인마트를 찾아 김치 한통을 사 오게 되었다. 그런데, 김치가 세 종류가 정도가 있었는데 뽑기 운도 안 좋았지, 애초에 한국서 먹던 어머니들의 그 손맛과 전통적인 깊은 맛은 따라올 수 없을지 언정 기본 김치 맛은 좀 날줄 알았는데, 기대가 컸나 보다.
황당한 김치 맛에 결국 웅이가 ‘이건 김치를 처음 만들어본 사람이 어떻게 만들지 몰라 대충 만들고 판 김치 같네.’라고 말을 내뱉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덴버에서 산 김치맛을 흉내 낸 그 김치가 결국 나에게 ‘얼른 집으로 돌아가면 김치를 담거야지!’하는 의지를 더 불사 질렀고 그렇게 정말 나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미친 듯이 한국 반찬들을 뽑아냈던 것이다. 엄마 김치맛은 당장 맛볼 수 없어도 대충 그런대로 마트에서 산 김치맛보다는 훨씬 괜찮은 내가 담은 김치 먹는 행복. 집 떠나 김치 없이 고생하기 전에 맘껏 좀 누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