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 체력이 이렇게 훅 꺾여버린 걸까.
잠이 많았던 건 어릴 적부터 뼈저리게 체감해 왔지만 운동을 꾸준히 하니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더 좋아질 수는 없을지 언정 적당히 유지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오산이었다.
나의 몸은 아주 짧은 하루 이틀 여행에도 환경이 바뀌면 소화기관에 바로 경고음이 울린다. 규칙적으로 먹던 식습관에서 벗어나 여행 시 혹은 이동시에는 밥시간도 흐트러질뿐더러 외부 음식을 자주 사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물과 음식의 영향을 아주 크게 받는 몸이란 걸 알게 되었다.
어릴 적에는 혹은 20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쩌면 무감각했을지도 모르지만) 나이를 한해 한해 먹을수록 환경과 음식에 따라 소화가 되지 못해 속이 더부룩해지는 순간들이 잦아지고 있는 게 온몸의 피를 타고 느껴지는 기분이다.
올여름, 한창 무더운 날씨이긴 했지만 비교적 엄청 쉬운 하이킹 코스를 웅이와 친구와 함께 나선적이 있다. 이때에도 가장 먼저 백기를 든 건 바로 내 몸뚱이. 나의 빈약한 체질은 하이킹을 한 시간도 채우치 못한 채 얼른 등산로에서 벗어나 차속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어쩌면 체력이 아닌 인내심-정신력이 원인일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아직까지 명확하게 답을 내릴 순 없지만 말이다.
반면 웅이는 어딜 가나 잘 먹고 소화도 아주 잘 시킨다. 보통 사람들보다 소화력이 훨씬 좋은 웅이와 함께 생활하고 여행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내 몸이 더욱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그렇지만 환경에 예민하고 소화력이 딸리는 몸에도 불구하고 다행이나마 내 몸을 토닥거리며 살짝 위로를 해보자면 내 몸뚱이는 어딜 가나 푹 잠을 잘 잔다는 것이다. 차에서도 여행지의 낯선 숙소에서도 말이다.
우리는 이번 여행길을 돌아오며 우리의 다르디 다른 여행 몸상태에 대해 서로를 향해 말을 건네본다. 나는 웅이에게 ‘웅이는 뭐든 잘 먹고 소화 잘돼서 부럽다.’ 그런 나를 향해 웅이는 ‘S는 어디서든 푹 잘 자서 부럽다.’라고 말이다.